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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특수은행]국가가 단초 제공한 '부실銀' 오명 언제 벗을까[농협은행①]부동산PF 이어 조선업도 부실 노출

안경주 기자공개 2016-01-11 09:00: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리먼사태의 여파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조선 RG(선수금환급보증)·해운 등의 부실로 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농협은행)는 그 여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이 지난달 퇴임식에서 '부실은행'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농협은행의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김 전 행장의 진단은 '농협=부실은행'이란 수식어를 달게 한 원인인 부동산PF 부실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업 등 경기민감업종의 부실화로 인한 여신건전성 악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생적으로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수익성을 경영목표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전국 구석구석에 위치한 농협은행 지점이 만일 수익성을 이유로 대거 철수한다면 지역 경제 '돈맥경화' 현상은 물론 전국적인 '금융대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농협금융그룹 한 임원은 "손실이 나는 점포가 있더라도 해당 점포를 폐쇄할 수는 없다"며 "농협은행이 다른 은행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시골 곳곳에서도 하고 있는 측면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은행권 경쟁심화로 여신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최근의 금융 흐름에서 농협은행의 여신 부실화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여신 부실화는 상당 부분 국가경제에 이바지해야 하는 농협은행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관리가능한 분야일 수 있다. 올해로 출범 5년 차인 농협은행이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농협은행 부동산PF

구체적으로 보면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시절 과도하게 늘린 부동산PF 대출과 조선업 등 경기민감업종에 대출 집중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부실대출도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부동산PF 대출은 신용사업부문 시절인 2005년부터 본격화되면서 2006~2008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부동산PF 대출은 2005년 2조3408억 원이었으나 2006년 3조5432억 원, 2007년 6조8648억 원, 2008년 9조3919억 원으로 매년 급성장했다. 부동산 경기의 정점에서 막차를 탄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2009년 초반까지 부동산PF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렸다"며 "문제는 부동산PF 대출 사업장의 분양시점이 돌아왔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미입주 사례가 속출하면서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0.14%에 불과했던 농협은행의 부동산PF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20%대로 급격히 상승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부실채권비율이 2014년 50%를 넘은 후 지난해 35%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전체 부실채권(2조6000억 원, 2015년 9월말 기준) 중 3분의 1 가량을 부동산PF 부실채권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부동산PF 대출잔액이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추가 부실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 대출이 많은 점은 국가의 특수은행 역할을 하는 농협은행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나 그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농협은행은 2014년 초만 하더라도 2015년 연말께 부실여신을 대부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부동산PF 사업에서 손을 떼고 새롭게 대체 투자처로 찾은 조선·해운업 등 경기민감업종의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됐던 STX조선, 성동조선 뿐만 아니라 동부제철 등 부실기업의 채권단 명단 상위에는 늘 농협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부실채권 발생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늘어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3년 1조3118억 원, 2014년 1조276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데 이어 2015년에도 1조 원 이상 쌓아 당초 연간 목표치(8000억 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여신잔액

문제는 조선업의 경우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STX조선 등 자율협약 중인 조선사의 경우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올해부터 대손충당금 쇼크를 벗어나기가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업 여신을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6월부터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조선업 여신잔액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5조4478억 원으로 5개월만에 7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한 퇴직 임원은 "부동산PF와 조선업 등 과거 대규모 투자했던 여신이 부실화되면서 농협은행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추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농협은행의 구조상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털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농협은행 한 부행장은 "농협은행이 일반은행과 같은 구조였다면 한꺼번에 부실을 털고 새로 출발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농협은 이제까지 금융(농협은행)에서 돈을 벌어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매년 부실자산을 순차적으로 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농협은행의 자구 노력은 눈에 띈다. 농협금융그룹 다른 임원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는 게 내부에서도 눈에 보인다"며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한번 고객들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전산사고와 고객정보유출 사건까지 겪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기존의 전산사고와 카드 고객정보유출 사태의 경우 사고의 성격이 달랐지만 고객들은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객 신뢰 제고를 통해 부실은행이란 오명을 벗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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