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05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급락으로 ELS 손실이 조 단위로 불어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지점에는 ELS 손실을 본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고객들 불만을 달래는 길 말고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사후관리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투자한 ELS의 평가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HSCEI의 주가 반등이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중도상환을 권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ELS 중도환매 권유해야"

ELS는 발행 이전 제3의 독립된 평가기관에서 ELS 공정가액(기준가)을 평가한다. 보통 2곳의 평가기관이 평가한 가격의 평균을 공정가액으로 설정한다. 공정가액은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동돼 변화한다. 만약 HSCEI의 주가가 1만일 때 발행한 ELS가 있고 공정가액은 1000이라고 한다면 주가가 5000이 됐을 때 공정가액도 절반 하락한 500이 된다.

현재로선 국내 ELS 투자자들은 자신의 ELS 공정가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ELS의 녹인 진입 여부, 조기상환과 만기상환 여부, 월지급식 ELS의 이자 지급 여부, 발행조건 확정 안내, 조기상환 성공 여부 등을 공개한다. 일부 증권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ELS 종목 명을 검색해 공정가액을 알 수 있도록 하지만 과정이 복잡하다. 고령층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일일이 공지를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공정가액을 파악하기 어렵다.

ELS 투자 이후 공정가액의 공지를 비롯해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HSCEI ELS 녹인 사태를 기점으로 ELS 사후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투자자들에게 ELS 공정가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리고 중도환매를 권유하던지 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아무 것도 알리지 않고 투자손실이 날 경우 ELS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모두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LS 판매의 절반을 맡고 있는 은행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공정가액을 알릴 경우 투자자들의 질책이 두려워 사실상 사후관리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판매사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영국, ELS 리스크 높아지면 투자자에게 즉시 알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사후관리가 철저하다. 영국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etail Distribution Review, 이하 RDR)'을 시행하고 있다. RDR은 자문인이 투자자에게 ELS 등 금융상품을 판매할 경우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관리, 즉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례로 ELS는 발행 초기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지만 기초자산 주가가 녹인 수준에 근접할수록 리스크가 올라간다. 채권에서 주식 성격이 강해지는 셈이다. 자문인은 이 같은 변화를 주간 혹은 월간 단위로 투자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투자자의 등급이 바뀔 때도 자문인은 이를 알려야 한다. 투자자 소득수준과 재산상황, 경험 등에 따라 투자등급은 보수적 혹은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같은 투자 적합성 테스트는 분기나 반기에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시장상황이 급변할 때도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RDR 제도는 자문인이 계약시점에만 설명의무, 적합성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위험공지 등 설명의무, 적합성 테스트, 리밸런싱 포트폴리오 제시 서비스 등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자문인이 판매수수료(commission)가 아닌 투자자의 자산 증가에 따라 자신의 수익도 늘어나는 자문수수료(fee) 기반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