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11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지난 9월 말 출시한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의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상반기 신작 G5(83만6000원)보다는 6만원 이상, 지난해 말 출시한 V10(79만9700원) 보다는 10만 원 비싼 가격이다.일부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냉랭했다. G5 실패에도 LG전자가 현재 시장입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차기작 출고가를 높이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G5는 업계 최초로 모듈을 뗐다 붙일 수 있는 착탈 방식을 택해 출시 직후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수율문제로 적기에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며 시장안착에 실패했다. 이 여파로 MC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에만 1535억 원 적자를 냈고, 3분기에도 2000억 대 후반의 손실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전자업계 전문가들도 LG전자의 전략이 옳은지에 의구심을 보였다. V20의 출고가가 비싸진 것은 대폭 강화된 오디오 기능 때문으로 평가된다. V20는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을 탑재해 음원을 원음 수준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디오분야 세계 최대 권위자 ‘B&O 플레이'와 협업해 만든 작품이다.
그런데 이 기능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과한 수준일 수 있다는 평가다. 대중적인 제품에 마니아층을 위한 기능을 탑재한데다 출고가를 높였으니 원하는 판매량이 나오겠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V20에 이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준호 사장이 MC사업본부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이후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조 사장은 자신의 첫 작품 V10을 내놓으며 "판매량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LG전자만의 색깔로 충성고객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경영목표를 확실히 설정했다.
이후 LG전자 스마트폰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기능들이 지속 추가됐으며, 경쟁사들이 모방할 정도로 반응도 뛰어났다. 얼마전 출시된 애플 신작 아이폰7플러스에 채택된 ‘듀얼카메라'와 삼성전자 갤럭시S7과 노트7에 적용된 ‘올웨이즈 온'은 LG전자가 V10에 처음으로 도입했던 기능이다. G5도 수율문제가 없었다면 모듈형 스마트폰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이 될 수 있었다.
LG전자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로는 삼성과 애플의 견제를 받고, 아래로는 샤오미 화웨이 등 중화권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되고 경쟁은 과열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LG전자는 이 같은 노선 아래 이제 겨우 세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V20은 적어도 오디오 분야에서는 최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우려와는 달리 국내 출시 일주일 만에 3만여 대가 팔리며 순항하고 있다. ‘대박'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치열한 경쟁상황에서도 충성고객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모습이다. 아직 LG전자의 선택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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