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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 지주회사 전환 추진한다 지주사 자산요건 상향 여파, 자사주 활용 방안도 '불안'

이윤재 기자공개 2016-10-19 08:58:58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7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7위권 제약사인 제일약품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시행될 지주회사 자산 요건 5000억 원 상향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한 뒤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결정한 일반의약품(OTC)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설립하는 것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이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하고 관련 절차들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제일약품이 긴박하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요건 상향과 맞닿아 있다. 공정위는 오는 2017년 7월부터 지주회사 자산 기준요건을 현행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올려 적용한다.

지난 6월말 기준 제일약품의 자산 규모는 4726억 원으로 집계된다. 제일헬스사이언스가 설립된 11월 이후 자산규모는 4676억 원으로 줄어든다. 향후 투자부문만 남기고 전문의약품(ETC) 사업부문 등을 분할해 설립될 제일약품홀딩스(가칭)가 5000억 원 자산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주회사전환 인센티브 축소(법인세법 개정안 및 상법 개정안)'도 제일약품의 지주회사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회사를 분리한 뒤 지주회사는 자사주에 분할비율을 곱한만큼 사업회사의 신주를 받게 된다.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20%, 비상장 자회사 4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행위제한 요건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다.

제일약품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꾸준히 자기주식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늘려왔다. 6월말 기준 자사주 수는 211만 3447주(14.23%)에 달한다. 지난 8월에도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1년간 연장해둔 상태다. 하지만 지주회사전환 인센티브 축소가 통과되면 자사주에 대한 신주가 교부되지 않는다. 제일약품이 수년 간 확보한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제일약품의 지주회사 전환은 기간이 촉박하다. 오는 11월 제일헬스사이언스 설립이 완료되고 난 뒤 후속작업에 돌입하면 개정된 법률이 적용 전까지 남은 시간은 8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일약품은 자사주 비중이 상당해 지주회사 전환시에도 유리할 것으로 여겨져 왔던 곳"이라며 "자사주 관련 인센티브가 축소된다면 지주사 전환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등에 관한 사안에 대해 들은바는 없다"며 "OTC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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