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줄어든 신창재 회장…중재 철회 요구 배경은 [교보생명 FI 갈등] FI 엑시트·자본확충 위한 최후수단 IPO 강조...경영권 유지 의지 확고
신수아 기자공개 2019-03-20 11:11:25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8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에게 중재 신청을 철회하고 협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FI 풋옵션 행사에 따른 자금 마련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까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신창재 회장은 지난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중재신청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재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마땅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동안 IPO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최대주주이자 CEO로서 당면한 자본확충 이슈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 만큼 큰 위기라는 인식 속에 교보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대응이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FI들은 신 회장이 지난 지난 12일 제시한 △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 FI지분의 제 3자 매각 추진 △ IPO 성공 후 차익 보전 등 세가지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중재 신청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업계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신 회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재고 요청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동매각으로 인해 지배지분 희석을 우려해 온 신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며 제시할 수 있는 협상안은 모두 내 놓았다"라며 "(재고 요청은) 중재만은 막아야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은 FI와 풋옵션 등에 관한 주주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채 협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지분 거래는 오너가 아닌 제 3자(대우인터, 캠코)가 보유한 지분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신 회장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다는게 신 회장측의 분석이다. 특히 본인이 직접 나서 IPO나 풋옵션처럼 스스로 발목을 잡는 조건을 내걸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재재판에 돌입할 경우 신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FI가 승소하면 FI는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혹은 재산을 압류해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 경우 교보생명 지분 60% 정도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대주주 지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동매각만은 피해 온 신 회장이 오히려 경영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재 절차에 들어가면 IPO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장 예비심사 과정에서 상장적격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게 되는데, 이때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나 지분구조 변동가능성 등이 우선 고려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간 소송은 경영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사례"라며 "일반적으로 심사과정에서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안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을 경우 승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IPO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결국 FI와의 갈등 봉합이 IPO 완주 여부를 가르게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간 IPO를 주저해 온 교보생명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교보생명은 그간 지배지분의 희석을 우려해 IPO를 미뤄왔다. 그러나 IPO는 향후 FI 풋옵션 행사에 따른 신 회장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더불어 새 회계제도(IFRS17)와 감독회계(K-ICS) 도입을 대비해 자본확충에 나서야하는 교보생명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K-ICS가 도입되면 약 2조원에서 5조원 규모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업계 부담을 고려해 감독 회계의 세부 규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억달러(한화 1조1353억원)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다 잠시 보류했다. 이후 교보생명은 영구채 발행과 내부 유보금을 활용해 최소 요구 자본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최소한으로 산출해도 추가 필요 자본이 1조원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신 회장과 교보생명의 선택지는 거의 남지 않았다"며 "결국 IPO를 우선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입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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