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7년, 중동 최대급 국영업체인 사우디베이직 인더스트리(사빅)는 제너럴일레트릭(GE)의 플라스틱 사업부를 115억달러(약 11조원)에 인수했다. 기초화학 물질 등 '범용 제품' 생산의 대표 플레이어가 다운스트림에 속하는 첨단소재 사업부를 인수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사빅은 인수 후 GE 플라스틱 사업부를 곧바로 합병했다. 절차는 단순했다. 사빅이 GE 플라스틱의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만으로도 끝마칠 수 있었다. 합병으로 누가 이득이고 손해냐를 따져볼 필요가 없었고 신용도 등도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양 사의 합병 소식은 인수 때보다 시장의 시선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큰 이벤트가 아닌 것 같았던 이 합병은 플라스틱 사업부를 부진에 빠뜨렸다. '범용' 제품만을 취급해오던 사빅이 한 지붕 아래 들어온 GE 플라스틱의 제품을 범용 제품처럼 취급하면서다. 업체별 제품의 차이가 없는 범용 제품과 달리 플라스틱 제품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경우 국제 승인도 받아야 하고 자사 제품만의 강점을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등이 범용 화학사들보다 비교적 구체적이다. 이런 관점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빅은 무리하게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통합을 단행했다.
단적으로 사빅은 구조조정을 통해 플라스틱 사업부의 마케팅 직원들을 대거 정리했다. 마케팅에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는 '범용 화학사'들의 시각이 적용된 결과물이었다. 이외 크고 작은 불협화음으로 사빅의 플라스틱 사업부는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이는 곧 경쟁사들의 수혜로까지 이어졌다.
비슷한 형태의 합병이 곧 국내 화학업계에서도 벌어진다. 범용 제품의 글로벌 플레이어급으로 거듭난 롯데케미칼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지·인조대리석 등을 생산하는 롯데첨단소재(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의 합병이다.
'에틸렌(범용 화학 제품 중 하나) 한 우물'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를 숙명처럼 여기고 있다. 아무리 생산 능력을 늘려봤자 범용 제품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직시한 셈이다. 롯데첨단소재 인수와 현재 결정된 합병 역시 이런 맥락 속에 결정된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빅의 사례는 롯데케미칼에 적잖은 교훈을 준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를 인수하고 합병 결정을 내리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3년의 세월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충분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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