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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두산]오너십 강한 두산, '대표이사=의장' 분리할까⑥'오너=대표이사=의장' 공식 이어져...독립성 침해 우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29 13:59:2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오너십이 강한 곳이다. 위기 때마다 그룹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대대적 변화가 이뤄졌는데 이 배경에 오너일가가 주축이 된 강한 리더십이 있다. 특유의 ‘형제경영’ 때문에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오너일가도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두산그룹의 특징은 이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두산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지금은 주인이 바뀐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에 오너일가가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회장이 둘 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두산 이사회는 오너인 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이사회 의장 역시 겸직하는 방식을 출범 이후부터 이어오고 있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2009년부터 박용현 전 회장, 박용만 전 회장,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이자 ㈜두산 대표이사, ㈜두산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았다.

‘최대주주(그룹 회장)=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두산 정관에는 누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지와 관련한 문구도 따로 없다. 그만큼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의장도 맡는 일이 자연스러웠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른 장단점은 명확하다. 장점은 ‘효율성’이다. 의사결정 절차가 최소화되고 업무 집행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오너이자 대표이사가 다른 사람보다 기업의 사정을 잘 알 수밖에 없고 책임감 역시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으로 입사해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두산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그 누구보다 높다.

실제 두산그룹이 굴곡 때마다 그룹의 체질을 신속하게 바꾸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던 배경으로 오너경영에 중점을 둔 효율적 이사회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하다. 바로 독립성 침해다. 오너일가가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까지 차지하고 있을 경우 이사회의 독립적 경영이나 감독 업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평가하는 대표적 잣대 가운데 하나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여부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사회의 여러 역할 가운데 ‘견제와 감독’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이 독차지하고 있는 이사회 소집권 역시 문제가 된다. 이사회 소집권은 의장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이자 이사회가 존재하는 의미이자 목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산은 정관을 통해 이사회 의장에게만 이사회 소집권을 부여했다.
출처:㈜두산 정관
그동안 국내 기업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발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 155곳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은 30%로 나타났다.

특히 지주사들 가운데 오너나 오너가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두산뿐만 아니라 ㈜LG, ㈜GS, CJ㈜도 오너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SG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재계에 ESG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는 대표이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지주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너인 회장이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 둘 중 하나는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SK㈜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9년 초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LS는 2014년 일찌감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지 11년 만이다. CJ㈜도 2018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사회 운영 방침을 바꿨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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