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상무는 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선택했을까 [진격의 3세 한화]⑦사업재편 활발하고 전공과도 맞닿아...경영능력 증명 시험대로 낙점
조은아 기자공개 2021-09-29 09:41:20
[편집자주]
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막 업계에서 언급되는 주제는 아니다. 태양광·금융 계열에서 존재감을 키워오던 3세들의 행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조명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화그룹 3세들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룹내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의 투자 기조도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업 위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벨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3세 시대 한화그룹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사진)가 그룹 입사 이후 처음으로 유통 계열사에 둥지를 틀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한화그룹 안팎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과 관련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역할 분담 시나리오가 있다. 바로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총수로서 태양광이나 방산, 우주 등 핵심사업을 맡고 차남은 금융, 삼남은 유통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김동선 상무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유통 계열사에 몸담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상무는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하며 한화그룹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화건설은 김 상무가 가장 오래 몸담았던 계열사다.
김 상무는 한화건설에서 퇴사한 뒤에는 독일로 건너가 요식업에 잠시 종사하다가 지난해 귀국했다.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연말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에 복귀했고 단 6개월 만인 올해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다시 이동했다.
한화그룹 유통 사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사업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 일이 대표적이다. 김 상무가 몸담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사업부문 분할과 매각을 통한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7월1일자로 호텔 외부 식음(F&B) 사업과 밀키트 사업 등을 분할해 '더테이스터블'을 신설했다. 앞서 4월에는 아쿠아리움 사업을 물적분할해 '아쿠아플라넷'도 설립했다. 아쿠아플라넷은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 등 5곳의 아쿠아리움을 운영한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콘도와 호텔을 운영하는 레저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됐다. 한화그룹은 사업 재편의 목적이 독립경영을 통한 전문성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분할된 사업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력사업으로 콘도와 호텔 사업 등만 남기고 나머지는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전문성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며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부채비율은 2년 사이 200%대에서 500%대로 급격하게 나빠졌다. 2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52%에 이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미 여러 사업부문을 매각해 왔다. 지난해 2월 위탁급식·식자재유통(FC) 부문을 물적분할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 1월 말에는 중국에서 FC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푸디스찬음관리 유한공사 지분 100%를 현대그린푸드에 넘겼다. 이 밖에 사이판 월드 리조트와 골프장 골든베이GC의 매각도 진행 중이다.
핵심사업인 콘도와 호텔 사업의 경우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15개의 콘도, 5개의 골프장, 1개의 호텔(서울 더플라자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콘도는 오랜 업력과 지속적인 리뉴얼 등을 통해 업계 2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객실 점유율이 약 11% 수준으로 전해진다. 계열사 등을 통해 회원권 판매와 부대시설 이용이 이뤄지고 있어 고정 고객도 확고한 편이다.
김 상무는 두 형과 비교해 본격적 경영 참여가 늦은 만큼 이제는 승계 시험대 위에 올라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어 대내외적으로 역량을 인정받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업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면 김 상무의 역량을 증명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김 상무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된다.
특히 김 상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프리미엄사업부 프리미엄레저(PL) 그룹장을 맡고 있다. 승마 사업을 총괄하는 한편 프리미엄 레저 분야 신사업 모델 개발도 담당한다. 그동안 몸담았던 한화건설이나 한화에너지와 달리 자신의 전문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김 상무는 승마 외에도 독일과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등 식음료 쪽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한화그룹에서 유통 사업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실적 기여도도 높지 않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 합병되기 전 유통 계열사의 자산을 모두 더하면 5조원 수준이었으며 매출도 2조원 안팎에 그쳤다. 자산은 그룹 전체 자산 규모의 7.5%, 매출은 3%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고 업황도 악화되면서 입지가 한층 더 좁아졌다.
그러나 유통 사업은 오너일가가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지켜온만큼 그룹 내 존재감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갖췄다는 평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과거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일 당시 한화갤러리아(옛 한화유통)를 뺏기지 않기 위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호연 회장을 강제로 사임시키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아내 서영민씨가 유일하게 고문을 맡아 챙기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해 공들인 것 역시 유통 사업을 변방에 두지 않고 꾸준히 키우겠다는 한화그룹의 의지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를 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의 재무구조가 탄탄한 만큼 합병을 통해 한화갤러리아도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한층 다가서고 신사업 진출 측면에서도 숨통을 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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