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자회사 IPO 안한다는 지주사, 득될까 실될까주총 통과 가능성은 높아져...대규모 자금 조달 기회 스스로 날렸다는 지적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1-12-14 08:22:15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3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포스코 사업회사는 물론 앞으로 새로 설립되는 법인들도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는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지주사 체제 전환이 무산될 수 있는 만큼 파격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그러나 막대한 자금 조달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기업공개라는 가장 쉽고, 또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물적분할의 가장 큰 목적이 자회사의 기업공개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결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물적분할을 강행한 배경도 바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라는 가장 큰 이점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포스코는 아예 사업회사 포스코의 비상장 유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사업회사 포스코의 정관에 '제3자배정, 일반 공모' 등 상장에 필요한 규정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철강사업을 포함해 향후 설립될 신규 법인들 역시 비상장을 유지해 각 자회사의 성장 가치가 온전히 포스코홀딩스의 주주가치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기존 '분할 후 상장' 모델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며 "글로벌 선진 지배구조 모델을 그룹에 정착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다. 실제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중 상장 문제는 국내 기업들에게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문제로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모회사만 상장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포스코가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버리면서 주주총회 통과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주주 구성을 볼 때 자회사의 비상장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주총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지분 9.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씨티은행(7.3%), 우리사주조합(1.41%) 등이 1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80%가량은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등이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투자자들이 뭉쳐 반대표를 던지면 충분히 부결시킬 수 있는 수치다.
포스코는 앞으로 포스코홀딩스에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다른 지주사들과 마찬가지로 배당금, 상표권 수익, 임대료 수익이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 소재 및 소재 원료사업과 수소사업 등 신사업 발굴과 투자도 맡는다고 명시했다.
해당 사업을 직접 할지, 자회사 설립을 통해서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느 방식으로든 자금 소요는 불가피하다. 사업을 직접 해서 사업형 지주사가 되더라도, 신사업 위주로 자체 사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큰 돈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다.
앞으로 포스코홀딩스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곳은 포스코다. 그러나 철강업이 사이클 산업인 만큼 지금이 호황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호황이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포스코 실적에 따라 지주사 실적도 좌우되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수소를 비롯해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포스코의 구상도 어그러질 수 있다. 사업회사 포스코 역시 상장이 막히면서 자금 조달 선택지가 줄어든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결국 주주총회 통과 가능성을 위해 훗날 가장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 카드를 스스로 버린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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