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그은 엔씨소프트, 'NFT 지향, P2E는 지양' [P2E게임 진출 러시]⑩블록체인 신사업 명확 기준 설정, 코인투자자 아닌 '리니지W 유저' 고객경험 주안점
손현지 기자공개 2022-03-28 14:42:05
[편집자주]
게임업계에 P2E 붐이 일고 있다. 일명 '돈 버는 게임'인 P2E(Play To Earn)가 산업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전통의 강자가 잇따라 참전을 선언했다. 다만 사행성 논란, 코인의 증권성 여부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P2E 성장 가능성과 각 게임사의 전략을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처음부터 플레이 투 언(P2E)개념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습니다."지난달 엔씨소프트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준비 중인는 블록체인 게임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접목한 형태로 P2E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앞서 3분기 컨콜에서 P2E게임을 언급하며 진출 가능성을 시사해왔던 것과 달리 두 개념을 철저히 분리시켜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생각하는 블록체임 게임 개념은 확고하다. 기존 경제 시스템이나 밸런스, 재화의 가치 안전성을 헤치지 않는 방향이다. 새로운 고객경험 향상을 위해 NFT게임을 구상하고 있으면서도, 레거시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고자 하는 김택진 대표의 고민이 서려있다.
◇P2E 규제 불확실성 감지…김택진 대표도 '신중론'
홍 CFO는 작년 3분기 컨콜에서 NF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P2E도 게임과 플랫폼 양방향에 적용할 것"이라며 "향후 제기될 수 있는 위험이나 비판요소가 있을 수 있는지, 리스크 요인을 어떻게 처음부터 관리하면서 설계할 수 있을 지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내부 논의를 통해 블록체인 신사업과 관련해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엔씨가 개발하는 블록체인 게임은 NFT투자자나 코인투자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P2E모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혼동되기 쉬운 P2E와 NFT두 개념은 '재화 취득을 목적으로 하느냐'로 구분 지었다. 게임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NFT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일 뿐, 투자를 목적으로 게임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된 바가 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W 개발팀 내부적으로 NFT기술 접목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외부 협력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P2E에 대해 선을 그은 건 국내에서 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P2E게임은 각종 규제에 묶여 사행성 게임으로 치부되고 있다. 합법화돼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엔 해외 유저 비중이 낮다. 과거 고액 결제자를 대거 양산해 논란을 빚었던 확률형 아이템 게임 탓에 해외 유저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다.
시장 불확실성도 커졌다. 사업성도 입증되지 않았기에 엔씨소프트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2E 게임 사용자가 늘면서 그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금리 상승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해 실제로 돈을 벌기(Earn)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자체 '게임아이템 거래 체제'에 대한 자신감도 서려 있다. 대표 IP인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 게임 내 재화로 각종 장비 등이 거래되고 있다. 아이템 강화 성공 확률이 극도로 낮아서 최고가 제작 아이템의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다. 굳이 코인 투자자들을 공략하지 않아도 돈버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이 돼 있다.
◇끊이지 않는 P2E호재 관측 이유는…TL 등 '해외 확장' 움직임
다만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P2E시장에서 호재를 누릴 것으로 분석한다. 유안타증권은 "P2E게임이 증가하면서 우수한 게임 개발력이 검증된 엔씨소프트과같은 게임사의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관측의 배경에는 해외 유저 확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발한 TL(Throne & Liberty) 등이 대표적이다. TL은 단순 반복형의 기존 한국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벗어나 필드, 환경, 플레이어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서구 게임의 주요 특징인 전략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니지W도 국내 뿐 아니라 서구권 공략을 고려한 IP다. 김택진 대표가 지난 4년간 극비리에 개발한 야심작이다. 작년 11월 출시된 이후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엔씨의 새로운 '캐시카우'에 등극했다. 리니지W 일매출은 작년 4분기 62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3분기엔 북미·유럽 지역에서 블록체인 요소를 가미한 버전을 출시하기로 했다. 리니지W에 NFT시스템을 결합해 이용자 경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리니지는 경제력 있는 고연령대 플레이어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NFT를 접목시켰을 때 시너지가 크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장은 P2E게임을 지양한다 하더라도 추후 언제든 전략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인 투자자들이 유입된다면 더 큰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최근 P2E게임수가 급증해 희소성이 줄어든 상태에서 엔씨소프트의 IP경쟁력이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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