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기 코스피 상장사]KBI그룹, 3세 경영 참여 속도③지배력 거점 '국인산업' 지주사 역할 부각, 박치현·치용·수진 계열사 사내이사 합류
신상윤 기자공개 2022-04-04 07:40:39
[편집자주]
한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맏형 '코스피(KOSPI)'는 명실상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상장 절차와 달리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다. 대형 악재만 아니라면 만성 적자 기업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한 채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 기업들이 코스피라는 울창한 숲 안의 늪에 발목이 빠진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벨은 4년 이상 적자를 낸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09: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케이비아이(KBI)동국실업'이 속한 KBI그룹은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소재와 환경, 건설, 섬유, 이커머스 등과 함께 의료재단까지 운영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덕분에 KBI그룹의 외형은 매출액 2조원대로 커졌지만 M&A로 다소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는 곧 최근 경영 일선에 합류하고 있는 창업주 3세들을 향한 승계와도 맞물린 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관측된다.
◇ KBI국인산업, 사실상 지주사 역할…상장 3사 포함 국내외 계열사 40개
업계에 따르면 KBI그룹 내 비상장법인 KBI국인산업은 지난해 12월 유가증권 상장사 '동양철관' 최대주주로 올랐다. 폐기물 처리 전문기업인 KBI국인산업은 그룹 내 환경, 에너지 사업부문을 담당한다. 이뿐 아니라 KBI그룹 '창업주 2세' 3형제가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지배구조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회사로도 활용되고 있다.
동양철관 최대주주에 오른 것도 KBI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BI국인산업은 25억원 상당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 대주주 KBI동국실업, KBI텍 등과 함께 25.17% 지배력을 거느리게 됐다.
KBI그룹은 창업주 고(故) 박재갑·재을 형제가 1951년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작한 포목상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과 소재, 환경, 건설, 섬유, 이커머스 등 사업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의료재단과 장학재단까지 운영하며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발을 넓혔다. 10년 전 20개 수준에 그쳤던 KBI그룹 계열사는 현재 상장사 3곳(KBI동국실업·KBI메탈·동양철관)을 포함해 국내외 40개에 이른다.
반세기 넘는 성장 동력은 창업주 2세 형제들의 단단한 우애에 기반한다는 평가다. 고(故) 박재을 회장 슬하의 유상·효상·한상 3형제는 KBI그룹을 매출액 2조원대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장남인 박유상 고문이 KBI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현재는 동생인 박효상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박한상 갑을의료재단 이사장은 KBI메탈 대표 등 일부 계열사 경영도 맡고 있다.
KBI그룹의 당면 과제는 반세기 넘는 성장 이면에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특히 자동차 전방산업 침체로 KBI동국실업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KBI그룹 내 무게중심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폐기물 산업이 최근 성장하면서 수혜를 보고 있는 KBI국인산업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KBI그룹 내 위치가 달라졌다.
이번 동양철관 지배구조 재편에서 볼 수 있듯이 KBI국인산업은 지주사 역할까지 도맡은 모양새다. 2017년 자동차 부품사업을 맡은 KBI동국실업이 적자 전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KBI국인산업이 출자로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역할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 KBI그룹 3세 경영인 등장, 박치현·치용 이사 일선…박수진 대표 '이커머스' 책임
이와 관련 KBI국인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재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KBI그룹을 이끌어 갈 후계자를 향한 승계와도 맞물리는 영역이다. KBI그룹은 창업주 2세 맏형인 박 고문의 뒤를 이어 둘째 박 부회장이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창업주 3세들이 KBI그룹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과 함께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박 고문의 아들 2명은 KBI그룹 내 주력 사업부문 임원을 맡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1986년생 박치현 이사와 1989년생 박치용 이사가 주인공이다. 동생인 박치용 이사는 2009년 7월 KBI텍 사내이사로 취임해 지난해 5월까지 근무했다. 같은 기간 그는 KBI국인산업 사내이사를 맡아 부친 등으로부터 직접 경영 수업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형인 박치현 이사의 등장은 조금 늦다. 그는 지난해 초 KBI메탈 메탈사업부 미등기 이사로 선임돼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KBI그룹 내 주요 계열사 참여는 동생보다 다소 늦지만 경영인으로 데뷔는 반대로 빠르다. 박치현 이사는 KBI그룹 섬유 및 이커머스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갑을상사'에서 2017~2018년 대표를 역임했다.
박 고문의 자녀뿐 아니라 동생인 박 부회장의 딸도 KBI그룹 내 계열사 경영 일선에 섰다. 박수진 갑을상사 대표가 주인공이다. 1988년생인 박 대표는 올해 1월 갑을상사 사내이사로 선임돼 최고경영자 자리도 꿰찼다. 그는 KBI그룹에는 다소 생소한 이커머스 영역에서 핸드백(오르바이스텔라), 가구(루퀄) 및 온라인 사업부(KBI몰) 등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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