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메리츠화재]김용범 부회장의 메시지가 갖는 힘②날카로운 평가와 비전 제시로 임직원 혁신 체득 효과…통솔력 담긴 메시지 경영 눈길
서은내 기자공개 2022-10-12 07:21:35
[편집자주]
메리츠화재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2년 국내 최초 보험사인 조선화재해상보험으로 설립돼 동양화재를 거쳐 메리츠화재로 이름을 바꾸며 혁신을 거듭해 왔다. 국내 첫 보험사의 여정과 성장 루트, 경영 리더십을 살피고 기업 성장의 원동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회사는 1월 아메바 이익을 748억원 거수하며, 예정을 초과달성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1위 달성을 위해서는 한참 부족합니다. 현재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매출의 절대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올해 2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사진)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 내용 중 일부다.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언급될 때마다 항상 김용범 부회장의 이름이 뒤따른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가파른 성장 곡선을 실현시킨 이다. 다달이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에서도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보험 영업 현장은 부문별로 치열한 경쟁이 시시각각 벌어지는 곳이다. 그 결과가 매달 집계되는 것이 어색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고경영자가 매달 세세한 실적을 임직원에게 직접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용범 부회장은 이것을 현실화했고 그 결과도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메시지에 등장하는 '아메바' 이익은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아메바 경영을 표현하는 말이다. 연체동물처럼 필요에 따라 분리 혹은 합체해 사안에 따라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성과를 내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과업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김 회장이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에 도전했고, 단기간 성장을 이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1년에 한번 CEO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매달 CEO가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엄청난 압박이자 동시에 동기부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날카로운 평가, 명확한 목표 담긴 CEO 메시지
'메리츠화재'라고 하면 보험업계에서 대다수는 '업계 최고의 연봉'을 떠올린다. 성과에 대해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는 문화를 만든 것도 김 부회장의 혁신과 맞닿아있다. 이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발전을 이루는 기본 토대로 작용했다. 메리츠화재 직원 평균 급여는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 6900만원에서 2021년 말 1억200만원으로 2배로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도 같은 기간 8년 11개월에서 11년 6개월로 증가했다.
김 부회장의 CEO 메시지는 매달 비슷한 구조로 쓰여진다. "안녕하십니까, 대표이사 김용범입니다"라는 짧은 인사말로 시작해 서두에 월간 경영실적을 전달한다. 뒤이어 실적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 반성, 관련 당부사항이 이어진다. 당부사항은 다시 세세한 전망과 목표 공유, 대응 전략, 기대로 연결되며 마지막 인사로 끝맺는 식이다.
흔한 인사말이나 추상적인 메시지가 아닌, 실적과 명확한 분석, 평가, 정확한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회적인 표현이 없으며 전하는 이의 의도가 표면에 드러난다는 점도 김 부회장 메시지의 핵심이다. 칭찬과 질책도 확연히 드러난다. 임직원들의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지난 5월 CEO 메시지에서 김 부회장은 "전사 4월 아메바이익이 예정 대비 20억 초과한 651억으로 4개월 연속 목표를 초과달성했으나 장기 인보험의 경우 매출 등이 모두 예정에 미달했다"며 "경쟁사의 공격적 시책 전개, 반값 수술비 출시 등 출혈 경쟁을 감안하더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을 드러냈다.
판매채널별 꼼꼼한 분석도 이어졌다. "TA(전화상담조직)는 본질 경쟁력 강화작업을 진행 중이며 (중략) 도입 차질 등의 운영공백을 사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거나 "GA(법인대리점)는 M/S 목표 달성에도 불구, 가격 인하 담보 비중 증가로 KMV 비율이 예정 대비 하락했다. 상품 관리 모두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며 철저한 반성도 덧붙였다.
당부사항에서는 "우리 목표는 단 하나, 질 좋은 매출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새 회계제도 IFRS17의 핵심은 질 좋은 매출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원수보험료 규모가 아닌 매출과 수익성의 곱으로 계산된 가치 평가액이 매출로 인식된다. 적자 공세를 통해 확보하는 매출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표현했다.
이같은 김 부회장의 CEO 메시지에서는 탈권위주위, 업무 효율성과 자율성, 철저한 성과보상, 일과 삶의 조화 등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메시지에서는 사내 북클럽 행사를 홍보하며 "북클럽을 진행하는 이유는 회사의 구조와 외형 뿐만 아니라 구성원 한명 한명이 내적 역량에서도 탁월한 1등이 돼야만 진정한 1등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7월 메시지에서는 목표 제시가 돋보였다. 김 부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2025년까지 장기인보험 매출 1등, 당기순이익 1등, 시가총액 1등 등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혁신의 아이콘이자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던 메리츠화재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아야 하며 보다 원대한 목표를 다시 수립하고 혁신을 구체화시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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