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6: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X세미콘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발주처가 SK하이닉스시스템IC에서 대만 TSMC로 바뀌었다. 40나노미터(nm) 공정이 필요한 애플향 모바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주문을 맡기면서 TSMC의 볼륨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간 LX세미콘은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파운드리를 맡겨왔다. 일부는 TSMC에도 주문했다. 다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와는 거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는 LG그룹 계열사였던 게 이유로 보인다. 계열분리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DDI 공급망에도 뛰어들었지만 삼성 파운드리와 거래는 향후에도 어려울 전망이다.

◇최대 파운드리 발주처, SK하이닉스시스템IC→대만 TSMC로 변화

LX세미콘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로 제조 공정은 외부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외주공정은 크게 파운드리와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등 후공정(OSAT) 등으로 구분된다. 주요 원재료 지출은 반도체 제조공정을 외주 위탁할 때 드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매입비용과 OSAT 가공비 정도다.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LX세미콘의 공급망 핵심은 원재료 매입비용(1조7075억원)의 75.5%를 차지하는 파운드리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반도체인 DDI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 칩을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구조다. 파운드리 비용은 매년 증가했는데 2020년 50648억원에서 2021년 8850억원, 지난해는 1조2894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모바일 DDI 발주물량이 늘어난 데다 2021년 말 파운드리 판가가 오르면서 지출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는 2021년부터 이어온 반도체 공급부족 장기화에 따른 DDI 단가 상승, 하이엔드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 효과를 봤다.

최대 파운드리 발주처는 그간 SK하이닉스시스템IC였다. 2017년 7월 단일(Pure Play)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하이닉스로부터 분사된 곳으로 8인치(직경 200mm 웨이퍼)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회사다. LX세미콘은 과거 실리콘웍스 시절부터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파운드리를 맡겨 왔다. 그러다 지난해는 최대 발주처가 TSMC로 바뀌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은 이전부터 TSMC와 거래관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 물량이 늘어나 일정 비율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며 "TSMC에 주문한 제품은 40나노 공정이 필요한 아몰레드(AMOLED) DDI로 애플의 아이폰 13 시리즈에 탑재되는 용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파운드리와 접점 없어, 거래 가능성도 낮게 전망

LX세미콘은 그간 LG디스플레이의 DDI를 거의 전담 공급했다. 실리콘웍스란 이름으로 LG그룹 계열사였다가 2021년 5월 LX그룹 계열분리로 나온 뒤 현재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70%가 넘는 LG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게 주요 과제가 됐다. LX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분리승인을 받기 위해 후속조치 몇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LX세미콘의 외부 거래선 확대 등을 통한 내부거래 비중 감소다.

이에 올 초 삼성디스플레이와 DDI 공급 협력을 맺었다. DDI는 수많은 화소들을 조정해 다양한 색을 디스플레이에 구현토록 하는 반도체 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OLED의 DDI를 계열사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대부분 받았고 나머지는 매그나칩에서 조달했다. 그러던 중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해졌는데 때마침 LX세미콘이 LG그룹에서 분리됨에 따라 양사의 조우가 성사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LX세미콘의 파운드리 발주처에 삼성이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 다음 가는 파운드리 사업자이지만 LX세미콘과는 접점이 없었다. 거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LG그룹 계열사였던 만큼 당연한 일이나 이제는 그런 제약이 풀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를 튼 마당에 모회사 삼성전자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도 DDI 팹리스 사업을 하는 만큼 LX 측이 설계도 제공이 필요한 파운드리 위탁을 삼성에 맡기지 않을 것 같다"며 "사업부간 방화벽(정보차단 체계)이 있다 해도 주요 고객인 애플이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