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의 태양광]13년 IR 마무리한 이우현 회장, 변화 속 돋보인 '선택과 집중'③1분기 IR 끝으로 담당임원에 배턴 터치…'내실경영' 사업 기조 유지
김동현 기자공개 2023-05-24 07:12:09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의 기업설명회(IR)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OCI그룹의 총수(동일인)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다. 그는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부터 IR에 참석하며 경영 성과 및 전망, 재무현황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경영인 중 한명이다.이 회장은 2005년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동양제철화학(현 OCI)에 합류하기 전까지 외국계 금융회사를 돌며 재무·투자 역량을 쌓았다. 1992년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0년 넘게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서울Z파트너스 등 다양한 회사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OCI 합류 시기를 기다렸다.
이 회장은 재계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IR 현장을 직접 챙기며 재무 역량을 드러냈다. 회사의 사업역량을 태양광에 집중하며 비주력 자산·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었던 데는 재무 전문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태양광 초창기 외형확장에 몰두하던 OCI가 내실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13년 이끈 IR, 방점 찍은 사업 '구조조정'
"7월쯤 예정된 2분기 실적발표 때는 존속법인 OCI홀딩스과 신설법인 OCI의 경영진이 각각 IR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 제가 주재를 하는 실적발표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OCI 1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마지막 IR을 마무리했다. 그는 2010년 처음으로 IR 현장에 등장한 이후 13년 동안 IR을 주재하며 주주·기관투자자와 소통했다. 이달 2일 OCI가 OCI홀딩스(존속법인)와 신설 사업회사 OCI로 분할을 완료하며 2분기 IR부터는 각사 임원이 그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 회장은 그동안 IR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며 사업·재무 전문성을 드러냈다. 태양광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2008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으로 태양광 시장에 뛰어든 OCI는 지속적인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외형확장에 주력했다. 연간 5000톤 규모로 상업생산을 개시한 군산공장의 생산능력은 2015년 5만톤까지 늘었고 여기에 2017년 3만톤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까지 인수하며 글로벌 메이저 태양광 사업자로 올라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는 태양광 업황 속에서의 증설 추진은 되려 재무에 악영향을 끼쳤다. 2011년 6539억원이던 순차입금 규모는 2012년부터 1조원을 넘어섰고 2011년 두자릿수(93.7%) 수준이던 부채비율도 이듬해부터 100%를 넘기기 시작했다.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시장에 풀리며 공급과잉에 따른 태양광 업황이 악화한 2013년부터는 적자를 오가기도 했다. 2015년(영업적자 1466억원) 연간 실적 IR에서 이 회장 스스로 "고통스러운 한해였다"고 표현할 정도로 태양광 시황이 개선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은 발전, 모듈생산 등으로 태양광 사업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차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OCI머티리얼즈(특수가스)·OCI리소스(소다회) 등 주요 비(非)태양광 사업부문 매각을 결정했다. 2015년 한해에만 두 회사의 매각을 통해 9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생산능력 축소에도 원가 절감 차원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을 말레이시아로 일원화하기도 했다.
OCI는 비주력 사업 정리로 태양광 사업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하며 태양광 불황기를 버틸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에너지 대란 등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외형확장 대신 내실경영을 사업 기조로 이어오던 OCI는 이제 모듈 생산확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투자 등으로 다시 사업 확장기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개선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2014년 순차입금 규모가 2조원이 넘어선 이후 OCI는 내실경영 기조를 발표하고 차입 규모를 축소했다. 최근 5년 동안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1조352억원)을 제외하면 순차입금 규모를 1조원 아래로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2016년(91.4%) 두자릿수대로 내려온 뒤 꾸준히 그 수치를 줄였다.
사업 재편 및 재무구조 개선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올해 초 신용평가사들은 OCI의 신용등급을 'A0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이우현 회장은 지난달 열린 마지막 IR에서 "제가 10년 넘게 IR을 하면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구조조정 등 많은 희생도 있었다"며 "지주사가 되도 이러한 정신을 유지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신용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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