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외국계' 사라진 IPO시장, 토종IB '세일즈 강화' 총력빅딜 사라지자 자취 감춘 외국계…국내사는 홍콩·싱가포르 넘어 오일머니 넘봐
최윤신 기자공개 2023-08-07 07:50:22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IPO 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외국계 하우스를 필요로 하는 빅딜 클로징이 없었던 영향이다. 하반기부터 빅딜이 본격화 하면 다시 외국계 하우스가 서서히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국내 IPO 하우스들의 해외 세일즈 역량이 강화되며 외국계하우스 선임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세일즈 역량 확대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고, 현재 홍콩·싱가포르 등지에선 외국계와 비등한 세일즈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더 넓은 범위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파두 공모가 상단 결정 '1등 공신'은 해외 기관
올 들어 국내 IPO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주관 실적은 단 한 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딜에 참여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순위권을 수놓았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IPO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외국계 증권사를 선임해 글로벌 시장에서 공모하는 빅딜의 클로징 사례가 전무했던 게 주요한 이유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현재까지 외국계 주관사를 선임한 딜은 진행된 사례가 전무하다.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등은 모두 상장을 철회했다.
다만 IPO 업계 일각에선 국내 대형 IPO 하우스들의 해외 세일즈 역량이 강화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바라본다. 발행사의 입장에선 국내 하우스의 역량만으로도 해외에서 충분한 수요를 모을 수 있는 만큼 외국계 증권사를 선임할 이유가 줄어들었다는 시각이다.
실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IPO 톱티어 하우스들은 수년 전부터 IPO에 나선 다수의 발행사들을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에 보내 해외투자자들에게 소개시켜줬다. 이 결과 크지 않은 딜에도 적잖은 해외투자자들이 모여드는 환경이 조성됐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만큼은 외국계 IB와 비등한 세일즈역량을 가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해외시장의 분위기가 국내기관투자자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IPO하우스 한 관계자는 “국내IR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의 호의적인 반응이 국내 기관들의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투자자의 저변이 더 확대되는 분위기다. 상장을 앞둔 파두가 대표적인 사례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한 파두의 수요예측에는 외국계 주관사단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78곳의 해외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의 80배가 넘는 주문을 냈다. 해외기관들은 모두 밴드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써내며 밴드 상단 가격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NH투자증권은 앞서 알멕의 IPO 때 최초로 세계 3위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수요예측 참여기관으로 유치했다. ADIA는 파두의 수요예측에도 참여해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 5000억원 공모, 국내사로도 충분
최근 주관사를 선임한 빅딜의 면면을 봐도 이같은 경향성이 나타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모금액 5000억원 수준부터 외국계 주관사 선임이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의 공모를 계획함에도 국내사로만 꾸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단위 몸값으로 증시 입성을 도모하는 시프트업과 라인게임즈 등은 국내증권사만으로 주관사단을 꾸린 상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몸값과 기업의 면면을 고려할 때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단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했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대표주관에는 외국계가 없고 공동주관사로만 크레디트스위스 한 곳을 선임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UBS 피인수 절차가 진행되며 불확실성이 생겼음에도 외국계 하우스의 교체 혹은 추가선임을 하지 않은 채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론 CS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CS가 책임져야 할 인수 물량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굳이 주관사 변경이나 추가 선임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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