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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의 불황 대처법 [thebell note]

황원지 기자공개 2023-08-22 12:11:31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운용사들의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면서다. 부동산 펀드 설정액 기준 국내 11위인 베스타스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순손실을 냈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내거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새롭게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물류센터는 현재 공급 과잉으로 매력을 잃었다. 데이터센터가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태동단계라 손바뀜 사례가 많지 않다. 유일하게 투자할 만한 곳이 국내 오피스 빌딩이지만 투자자가 쏠리면서 매력적인 가격의 매물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보릿고개를 넘는 운용사들의 자구책은 수익원 다양화다. 대표적인 게 대출 주선이다. 부동산이나 구조화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킬 때 일반사모운용사가 주관사가 돼 대출 구조를 짜준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주단을 대신 모집해주기도 한다. 그간 은행이 맡아온 업무지만 딜을 잘 아는 운용사들이 최근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테우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대출 주선으로 손실을 메웠다. 본업인 자문과 펀드 운용으로 얻은 약 25억원의 수수료 외에 대출 주선을 통해 14억원의 기타수익을 확보했다. 덕분에 순손실을 11억원으로 줄였다.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상반기 대출 주선을 통해 약 7억원의 기타수익을 올렸다.

다만 대출 주선이 펀드 비즈니스의 본질에 맞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자산운용업의 핵심은 남의 돈을 굴려서 수익을 내는 데에 있다. 수익을 잘 내서 자금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수수료 수익도 키우는 게 정석적인 성장 단계다. 반면 대출 구조를 짜고 대주단을 모집하는 주선 업무는 운용과는 거리가 멀다. 고객을 데려오는 판매사인 은행이 맡는 게 자연스럽다.

추가 수익원이 아니라 주요 수익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최근 한 신생 부동산 운용사는 아직 부동산 펀드를 내지 않았음에도 올 상반기 12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 중 몇백만원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대출 주선을 통한 기타수익이다. 사실상 상반기에는 운용사가 아니라 대출 주선사였던 셈이다. 중견 운용사인 헤리티지자산운용도 상반기 영업수익 106억원 중 73억원이 기타수익이다.

보릿고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용사들에게 대출 주선 업무는 수입원 다양화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주객이 완전히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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