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 매니저들에게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특정 섹터 내 몇몇 종목이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상황이 펼쳐지다보니 이 종목을 미처 담지 않은 펀드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특정 종목에 매수세가 오래 이어지는 걸 보고 숏에 베팅한 곳은 예상 밖 주가 랠리에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수익률이 마이너스 15% 아래로 곤두박질쳐 증권사 PBS 로스컷에 걸린 펀드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펀드 수익률 하락으로 불안해진 일부 매니저들은 그 종목을 담아 수익률이 껑충 뛴 펀드를 보고 평정심을 잃기도 했다. 누구는 앉아서 돈을 쓸어 담고 있는데, 정작 본인 성과는 바닥을 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각자 자기 투자 철학대로 종목을 선정하고 투자를 결정한다지만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나뉜 상반기에는 그 철학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평정심을 꾸준히 유지한 매니저들도 있었다. 최근 만난 운용업력 20년의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가 그랬다. 특정 종목 주가가 솟구쳐 시장이 산정한 적정 가치를 웃돌면 반드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숏 포지션을 잡는 것은, 주가가 낮을 때 반드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정 시기 적정 주가를 확정하는 건 아무래도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특히나 요즘은 각종 채널에서 투자 정보가 넘치다 보니 시류에 편승하는 행태가 많아져 시장을 분석하기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매니저들이 매매를 주도했던 이전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그는 상대가치에 입각한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선호한다고 했다. 짧은 시간 업계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는 건 어렵겠지만 이 전략으로 오랜 기간 꾸준한 수익률을 달성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분석에 전념해 온 매니저의 선방도 눈에 띄었다. 주식 변동가격 움직임 자체만을 연구, 주가 등락을 가늠하는 방법이다. 기업 분석없이 결국 시장 흐름 속 '촉'을 찾는다. 과거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 전략에 천착했다. 제도권에서는 여전히 '사짜' 취급 받기 일쑤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다. 상반기 그는 주가 랠리에 편승해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매니저들은 개인 성공 경험에 기반한 확증 편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데 입을 모은다. 확고한 투자 철학이 없다면 생존이 어려울 거라고도 한다. 30일 현재 국내 운용사 수는 443개. 성과는 결국 숫자로 산출될 뿐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녹아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펀드 시장 침체는 매니저 개개인의 고군분투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운용업계 곳곳에 이야기가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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