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투자'보다는 결국 '자회사'에 좌우된 SK㈜ 주가SK하이닉스 등 주력 자회사 실적 부진 영향…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쏠리는 시선
조은아 기자공개 2023-09-11 15:38:2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6시5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SK㈜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국내 지주사들이 원래 워낙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SK㈜의 경우 지주사로 묶여 저평가받는 지금의 상황이 다소 억울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SK㈜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단순 지주사를 넘어 자체적으로 투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사모투자펀드(PEF)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 매년 투자했던 회사의 지분을 팔고 또 그 돈으로 새 회사에 투자하는 등 적극적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SK㈜ 주가는 다른 지주사 주가보다 훨씬 하락폭이 큽니다. 다른 지주사들 주가를 살펴보면 2차전지로 테마를 잡은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급등했고 비슷한 흐름을 탄 ㈜LS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두산의 경우도 한창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로보틱스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SK㈜ 주가는 올들어서만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현재 15만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SK㈜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산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Industry & Event
사실 지지부진한 주가가 가장 답답한 건 SK㈜ 자신들일 것입니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떨어질 만한 주식이 아니라는 거죠.
SK㈜는 2017년 처음으로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아예 투자 전문회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투자 방향도 명확합니다.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를 두고 해당 영역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에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돈을 쓰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보유하고 있던 쏘카 지분 17.9%를 롯데렌탈에 넘겼습니다. 중국 동박 기업인 왓슨 지분(30%) 매각을 검토하고 있단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SK㈜는 올 초 주주총회에서 투자 전문회사로서 '안정적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주들에겐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매년 대규모로 투자만 하면서 자칫 재무 여력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던 상황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활동을 펼치겠다는 약속이었죠.
그렇다면 주가 하락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옵니다.
SK㈜는 자체적으로 투자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투자회사이지만 이보다 먼저 국내 2위 SK그룹의 지주사입니다. 결국 자회사 부진이 SK㈜ 주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들어 굵직굵직한 자회사들이 영 부진한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2조882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습니다. SK이노베이션도 2분기 영업손실 1068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비상장사인 SK E&S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줄었습니다. '투자만 잘하면 무얼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성적표입니다.
그렇다고 자회사 실적이 좋다고 주가가 오르는 건 또 아니니 '악재엔 민감하고 호재엔 둔감한' 지주사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Market View
시장 전망 역시 자회사 실적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들어 주요 증권사들은 SK㈜의 목표주가를 줄줄히 하향 조정했습니다. 4월 NH투자증권이 기존 35만원에서 26만원으로 낮췄고 5월 신한투자증권도 30만원에서 26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비슷한 시기 SK증권도 30만원에서 26만5000원으로 낮춰 제시했죠. 최근에도 하나증권이 28만원에서 24만원으로 내려잡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자회사들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주가 회복의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SK그룹은 특히 계열사가 많고 다양한 업종에 걸쳐져 있기도 합니다. 신경써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얘기죠.
다만 최근엔 포트폴리오 정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곳도 눈에 띕니다. SK증권은 쏘카와 왓슨 지분 매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SK㈜가 왓슨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면 1조원 안팎의 매각차익이 발생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쏘카와 더해 두 건의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을 주주환원 정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주가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실적으로 SK㈜로선 주가 부양을 위해 주주환원에 힘을 쏟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자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는 건 자회사 대표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SK㈜는 지난해 3월 2025년까지의 배당정책을 미리 공개했습니다.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 기본배당,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 매입이 골자입니다.

◇Keyman & Comments
지주사를 이끄는 자리는 무거운 자리입니다. 그룹 회장이 대부분 지주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보니 총수와 직접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SK㈜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회사 실적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특히 SK㈜처럼 단순 지주사 역할에 더해 새로운 역할을 추가로 맡고 있는 경우 그 부담은 배가됩니다.
이 모든 부담을 안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입니다. 그는 2016년부터 SK㈜의 대표이사를 맡아왔습니다. 햇수로만 무려 8년입니다. 장 부회장은 SK그룹이 4대 투자센터를 중심으로 한 투자형 지주회사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그 변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런 약속을 할 수 있던 배경엔 그의 경력이 있습니다. 그룹 내 손꼽히는 투자 전문가로 주력 계열사에서 재무기획팀장,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실장, CFO(최고재무책임자), 마케팅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장 부회장은 현재 SK㈜ 주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장 부회장의 생각을 듣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장 부회장 대신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성형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CFO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주가 관리입니다.
역시나 연락처를 수소문해봤지만 "연락처를 쉽게 알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CFO가 그렇듯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어렵게 사무실 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했지만 부재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돌고 돌아 IR 담당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 관계자 역시 현재 SK㈜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IR 관계자는 "전년부터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거시경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이뿐만 아니라 시중 자금이 실적 회복이 가시적인 소수 종목 중심으로 집중되면서 회사의 본질 가치 대비 디스카운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 답변을 내놨는데요. 그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점차 완화되고 반도체, 에너지 등 주요 사업의 경기 사이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면서 성장 사업의 실적 개선이 목전에 왔다"며 "성장 포트폴리오 가치 평가도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시장에서도 관심이 점차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 전문회사인 만큼 회사 관계자로부터 향후 투자 계획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SK㈜ 관계자는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에서 변화하는 흐름을 분석하고 성장 기회를 빠르게 파악해 나갈 것"이라며 "투자 포트롤리오 수익 실현뿐 아니라 유망 영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SK㈜ 주총장은 성토의 장이 됐습니다. 내년엔 어떨까요. 궁금해집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교보생명, 교보금융연구소장으로 UBS 출신 영입
- 신한금융,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자산운용 사업 철수
- [금융지주사 조직 분석]신한금융지주에서 '부사장'이 되려면
- [금융지주사 조직 분석]임원 비중 5% '별따기 힘든' 신한금융지주
- [생명보험사는 지금]'넘사벽'이 되어버린 삼성생명의 고민은
- [생명보험사는 지금]30년 넘게 이어진 빅3 체제, 깨질 수 있을까
- [금융지주 해외은행 실적 점검]흑자 기조 이어간 KB미얀마은행, 웃지 못하는 이유
- [은행권 신지형도]'대형은행' 틈바구니 속, SC제일은행이 선택한 해법은
- 내부통제위원회 구성 마친 4대 금융, 구성 살펴보니
- 우리은행, 폴란드에 주목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