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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금감원 모범관행TF, CEO 승계에 '외부 자문기관' 활용 논의DGB금융 '국내 최초' 도입 영향…사외이사 권한 축소 우려도

최필우 기자공개 2023-10-04 08:26:22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 모범관행(Best Practice) TF가 금융지주 CEO 승계 프로그램에 외부 자문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최근 차기 회장 선임을 시작하면서 국내 최초로 외부 자문기관 협업을 시사한 영향으로 보인다. 외부 자문기관 활용이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포함되면 금융권 전반에 변화가 점쳐진다.

다만 외부 자문기관의 CEO 승계 프로그램 참여를 놓고 반론도 제기된다.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외부 자문기관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역행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3개월 간 컨설팅 진행, '전문성 인터뷰' 도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모범관행 TF는 이달 회의를 열고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승계 프로그램에 외부 자문기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DGB금융이 외부 자문기관과 함께 CEO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TF 논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DGB금융은 최근 3개월 간 외부 기관에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지배구조를 글로벌 선진 금융그룹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차원이다.

컨설팅 내용에 따르면 외부 자문기관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과 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외부 자문기관의 '금융·경영 전문성 인터뷰'가 후보군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은 앞서 대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에서 외부 자문기관의 인터뷰를 활용한 적이 있으나 지주 회장 선임에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금융회사에도 그룹 CEO를 선임할 때 외부 자문기관의 평가를 반영한 전례는 전무하다.

금융 당국은 외부 자문기관을 활용하면 CEO 승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승계 제도에서는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후임 CEO를 선임할 때 현직 CEO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외부 자문기관에 권한을 일부 넘길 경우 현직 CEO는 물론 사외이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외이사 독립성 보장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금융권에는 외부 자문기관 활용을 가이드라인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해 온 지배구조 개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외부 자문기관이 CEO 후보군 평가 권한을 얻으면 회추위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 경우 회추위에 속한 사외이사들의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다.

외부 자문기관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 금융, 재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CEO 후보군을 평가할 수 있는데 승계 절차에 외부 자문기관을 추가하면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건 회추위 구성원으로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자문기관에 일부 권한을 넘기면 경영진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 관계자는 "TF 구성원 다수가 CEO 승계 프로그램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사외이사 독립성 근간이라 할 수 있는 CEO 선임 권한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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