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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최대 현안 '증권사 M&A' 해법 찾을 김건호 상무⑤영업·트레이딩·글로벌 거친 '올라운드 플레이어'…'시너지 극대화' 매물 찾을 적임자

최필우 기자공개 2023-10-06 07:53:14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다른 금융회사보다 회장과 행장 선임이 늦어진 탓에 비로소 임종룡 체제의 색채가 뚜렷해지고 있다. 임 회장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대학 동문과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믿을맨' 참모진을 내세운다. 각 분야별 참모가 임 회장의 경영 방침을 책임지고 이행하는 구조다. 더벨은 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임종룡호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취임에 앞서 지주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비서실을 비롯해 필요 이상이라고 여겨지는 조직과 직책을 과감하게 폐지했다.

미래사업추진부문은 축소 기조 속에서 예외적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임기 내 주요 사업 밑그림을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임 회장의 브레인 역할이 미래사업추진부문에 주어졌다. 김건호 우리금융 상무(사진)는 미래사업추진부문장을 맡으며 임종룡호의 키맨으로 등극했다.

미래사업추진부문장으로 가장 큰 임무는 우리금융의 최대 현안인 증권사 인수합병(M&A)이다. 김 상무는 영업, 트레이딩, 글로벌 분야를 거쳐 지주에서 계열사 시너지 추진을 담당한 인물이다. 우리은행과 그룹의 전반적인 사정에 밝아 우리금융에 최적화된 증권사 매물을 찾을 적임자라는 평이다.

◇'기업지점장→트레이딩부장→해외법인 부장' 변신, 팔방미인 면모

김 상무는 1966년생으로 1984년 충북고등학교를, 1988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은행 입행 후인 2000년에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금융공학 MBA 과정을 마친 학구파다. 그룹 내에서는 학력 만큼이나 뛰어난 인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금융에서의 경력은 1988년 상업은행 입행으로 시작했다. 김 상무는 2010년 여의도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글로벌투자지원센터 지점장, 2018년 한강로금융센터장, 2019년 연세금융센터장 등으로 일선 점포를 두루 거쳤다.


2011년에는 트레이딩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앞서 금융공학 MBA를 수료한 이력이 트레이딩부장 취임에 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는 러시아우리은행으로 이동했다. 국내 기업의 러시아 진출과 공장 설립이 활발했던 시기 채널 확장에 힘을 보탰다. 이와 같이 영업, 트레이딩, 글로벌 분야를 두루 거치는 건 은행권에서 흔치 않은 이력이다.

금융의 다양한 영역을 경험한 김 상무는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를 재건한 이후 지주에 본부장으로 합류했다. 2020년 사업성장지원부, 2021년 시너지추진부를 담당했다.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소통과 업무를 효율화하는 게 김 상무의 역할이었다.

올해는 미래사업추진부문장을 맡아 ESG경영부, 미래금융부, 사업포트폴리오부를 산하에 두고 있다. ESG경영부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경영 활동을 체계화하는 업무를 한다. 미래금융부는 중장기적인 금융 서비스 혁신을 고민하는 조직이다. 사업포트폴리오부는 그룹 M&A 의사결정의 핵심 업무를 하는 곳이다.

그룹 M&A는 미래사업추진부문이 신설되면서 김 상무가 새롭게 맡게 된 업무다. 그는 M&A 관련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은행 주요 분야와 계열사 현안을 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에 가장 적합한 된 매물을 찾는데 특화돼 있다. M&A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양기현 우리금융 사업포트폴리오부장이 김 상무를 보좌해 의사결정을 돕는다.

◇임종룡 회장 '눈높이 맞추기' 관건…'IB·자산관리' 시너지 고려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최우선 인수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농협·우리)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도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해야 하는 보험사보단 증권사를 먼저 인수하는 게 가시적인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서 낫는 게 중론이다.

관건은 임 회장의 눈높이 맟추기다. 공교롭게도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금융으로부터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장본인이다. 이 딜로 NH농협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사업 균형을 맞췄고 우리금융은 한쪽 날개를 잃었다. 우투증권 인수 효과를 경험한 임 회장이 구색 맞추기 차원의 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김 상무는 외형보단 시너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자기자본 규모 측면에서 인수 직후 다른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증권사는 삼성증권 정도다. 은행권과 증권업계에서는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을 최고의 조합으로 평가한다. 다만 현금 부자인 삼성그룹이 증권사를 매각할 필요가 없고 우리금융도 삼성증권의 몸값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시너지 측면에선 IB와 자산관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은 풍부한 법인 고객의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M&A 니즈(needs)를 해결해줄 증권사가 필요하다. 또 경쟁 은행에 비해 약한 자산관리 경쟁력을 보완해줄 증권사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삼성증권이 지속 거론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조건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유안타증권도 인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시절 채권에 강점을 가진 리테일 영업망을 구축했다. IB 측면에서는 조직 확대 의지가 강하지만 보수적인 모그룹 기조로 성장세가 더디다. 전폭적 지원이 가능한 우리금융과 궁합이 맞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유안타증권은 매각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이나 유안타증권 정도가 아니라면 각각 IB와 자산관리 분야에 장점을 가진 복수의 중소 증권사를 순차적으로 인수하고 통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는 평이다. 임 회장이 증권사 M&A를 서두르지 않는 건 중소 증권사 가격 하락을 기다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를 마친 금융지주 CEO의 공과를 평가하는 데 빠지지 않는 항목이 M&A 성과"라며 "임종룡 회장의 경우 취임할 때부터 핵심 과제가 증권사 인수로 정해져 있었던 만큼 인수 로드맵을 그리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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