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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돌리는 조선사들, 과거와는 다를까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해외 조선사 확보 검토… 실패사례 속 현대베트남조선 성공 눈길

강용규 기자공개 2023-10-26 11:12:0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사들이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조선소 전략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조선사들이 앞선 사례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해외 조선소, 이점 명백하지만 불안감도

최근 박승용 HD현대중공업 COO(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은 글로벌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인터뷰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산업을 장기적으로 이끌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며 "해외에 조선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근 ‘2023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서 이용욱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 부사장은 "미국 뿐만 아니라 호주 등 다른 지역도 살펴보는 중"이라며 해외 조선소 확보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비용 절감이, 한화오션은 방산사업의 해외 현지진출이 각 사의 주 목적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글로벌 수주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 조선사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인건비를 더 낮출 수가 없다. 미국에는 미국에서 건조되거나 미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한 선박만이 연안운항에 나설 수 있다는 연안무역법(Jones Act)이 있다.

양쪽 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만큼 해외 조선소 전략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나온다. 과거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조선소 설립이 시도됐으나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다.

(자료=클락슨리서치)

◇해외 조선소 실패의 원인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2005년 중국 산둥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선소를 지었다. 이 조선소는 손실을 누적하며 대우조선해양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산둥조선소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사겠다는 곳은 없었다. 한화오션은 현재 이곳을 블록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의 중국 다롄조선소와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은)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수조원 단위의 해외 조선소 투자실패가 기업의 명운까지 꺾어버린 사례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모두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에 조선소를 지었으나 숙련공이 부족해 생산성이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1997년 루마니아에 지은 망갈리아조선소는 성숙한 유럽시장의 숙련공이 존재했음에도 인건비 문제로 실패한 사례다. 루마니아는 원래 인건비가 비싼 지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8년 루마니아가 EU(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현지 인력들의 몸값이 뛰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망갈리아조선소 지분 전량(51%)을 네덜란드 기업에 넘겼다. 가격은 239억원으로 최초 투자금액 450억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망갈리아조선소가 누적한 8000억대 손실은 대우조선해양이 떠안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개발도상국 진출은 숙련공 확보의 어려움을, 성숙한 현지시장의 공략을 위한 선진국 진출은 인건비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고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 생산거점 확보가 실패한 원인을 진단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망갈리아조선소의 전경. (사진=한화오션)

◇현대베트남조선이 남긴 성공사례

실패 사례들이 많았던 탓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해외 생산기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러나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1996년 베트남에 설립한 현대베트남조선(옛 현대비나신조선)이 있다.

현대베트남조선은 수리조선소로 시작해 현지 직원들에 선박 노하우를 축적시킨 뒤 2008년 신조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신조 조선소로 전환한 것은 2011년부터다. 애초부터 숙련공 육성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적 준비가 있었던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베트남조선에 물량을 배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관리나 설계 등 리스크 요인의 관리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현대베트남조선은 인건비 절감과 숙련공의 육성, 철저한 납기 관리까지 모두 가능한 조선소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마주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해외 조선소 전략에 색안경을 끼고 우려할 수만은 없다"며 "실패한 사례에서 교훈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세밀한 전략과 강력한 관리가 동반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현대베트남조선의 사례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에너지회사 아람코, 국영해운사 바흐리 등과 함께 사우디 현지에 합작조선소 IMI를 짓고 있다.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이 유조선 설계 및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현지 인력 파견도 준비하는 등 현대베트남조선의 성공 공식을 따르는 모양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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