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조선 '기술독립' 걸린 한국형 LNG화물창의 미래는 KC-1 탑재 LNG선 5년째 운항불가…책임공방 속 KC-2 프로젝트 지연 우려

강용규 기자공개 2023-12-20 08:40:52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해외기업에 대한 LNG화물창 기술종속 관련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3사 모두 선박 1척당 로열티뿐만 아니라 AS 관련 비용까지 '끼워팔기'를 당하며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3사는 한국가스공사와 힘을 합쳐 '한국형 화물창'의 개발을 진행하며 기술독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국형 화물창은 적용 선박의 결함으로 이해관계자들이 법정에서 책임소재를 따지는 등 프로젝트가 순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8일 공시를 통해 영국 중재재판소가 15일 삼성중공업에게 SK해운의 특수목적법인(SPC) SHIKC1 및 SHIKC2에 LNG운반선 2척에 대한 선박 가치하락분 2억9000만달러(3781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018년 2월과 3월 SK해운에 한국형 LNG화물창 'KC-1'을 적용한 LNG운반선 2척을 인도했다. 그러나 이 선박들은 화물창 외벽 온도가 설계허용 온도보다 떨어지는 결함(콜드 스팟)으로 5개월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삼성중공업이 다시 수리를 진행했으나 선박들은 아직도 재운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들어 LNG운반선이 조선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핵심 기자재 화물창은 기술 라이선스를 프랑스 엔지니어링회사 GTT가 독점하고 있었다. 중국 조선사들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선박시장에 침투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 로열티 비용의 압력은 국내 조선사들에게 치명적인 수주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04년 한국형 화물창의 개발을 국책과제로 내걸었다. 육상용 LNG 저장탱크 기술을 보유한 한국가스공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조선3사가 각종 실험과 실증선박 건조를 맡았다. 그렇게 한국형 화물창 KC-1이 개발돼 2018년 선박에 탑재됐으나 결함이 발생하면서 개발사 가스공사와 선박 건조사 삼성중공업, 그리고 선주사 SK해운까지 소송전에 휘말렸다.

KC-1 화물창이 적용된 SK해운의 LNG운반선 'SK스피카'. (사진=한국가스공사)

영국 중재재판소의 이번 배상 판결은 삼성중공업에게 선박을 합리적인 기간 안에 완전히 수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걸 의미할 뿐 KC-1 결함의 책임이 삼성중공업에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앞서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가스공사가 SK해운에 1154억원, 삼성중공업에 726억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화물창의 결함이 시공 문제가 아닌 설계상의 문제, 즉 가스공사의 책임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가스공사 측에서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SK해운-가스공사와 국내·외 소송 및 중재재판의 해소를 위한 3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한국형 화물창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세 곳이 적절히 타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5월 KC-1의 후속 화물창인 KC-2를 탑재한 LNG벙커링선(해상 연료공급선)도 건조사 HD현대중공업의 도크를 떠나 운항을 시작했다. 이 선박에서는 아직 결함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상용화의 마지막 단계로 대형선박 적용을 통한 실증이 남아있으나 KC-1으로부터 촉발된 법정 공방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공회전 중이다.

최초 국책과제 개시로부터 20년 가까이 흘렀으나 LNG화물창 라이선스는 프랑스 GTT의 독점이 지속되고 있다. GTT는 LNG운반선 1척당 건조가격의 5%를 로열티로 수취한다. 올해 11월 1척 평균 건조가격인 2억6500만달러 기준으로 170억원이다.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각각 연 평균 20척 이내다. 한 회사당 연간 3400억원을 로열티로 지출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사가 지난해 수주한 LNG운반선이 총 121척이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작년 3사가 합산 2조원이 넘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GTT는 조선3사로부터 1척당 로열티뿐만 아니라 AS 비용까지 최초 계약에 끼워팔고 있다. 지난 4월 대법원이 이러한 거래관행을 불공정행위로 규정했으나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GTT 화물창의 대안이 없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화물창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이익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절감 비용을 건조가격 인하의 여지로 활용해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며 "한 번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한국형 화물창의 개발을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