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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생산 자회사 설립 키워드는 '현물출자' 법인 분할보다 현물출자가 간편…노무관리·그룹 지배구조 '잡음' 최소화 가능

강용규 기자공개 2023-12-26 08:03:3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위아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생산 전문 자회사 설립 대열에 합류했다. 설립 방식 역시 이전 사례들과 동일하게 현물출자다.

기업 분할 대비 간편한 현물출자 방식의 이점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적절히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고용 형태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 생산 자회사 설립, 이유는

현대위아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모비언트(MOVIENT)와 테크젠(TECZEN)의 설립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양사 모두 자본금은 100억원, 현대위아가 자본금을 출자해 100% 지분을 소유한다.

현대위아에 따르면 모비언트는 자동차 섀시 모듈과 플랫폼 모듈 등 모듈 제조를, 테크젠은 엔진과 등속조인트 등 핵심 부품 제조를 전문적으로 맡는 생산 전문 자회사다. 두 회사 모두 2024년 2월 공식 출범한다.

주목할 지점은 현물출자라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난해 현대모비스, 올해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제철이 생산 자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이들 자회사들은 모두 현물출자 방식으로 설립됐다. 현대위아가 그 뒤를 따르는 것이다.

이 자회사들은 모두 설립 자회사 담당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의도로 세워졌다. 다만 모회사가 사내협력사들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해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간접 고용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회사 설립이라는 의미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포스코에 광양제철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직고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로 사내 하도급이 관행처럼 여겨졌던 국내 제조업계에 직고용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불법 파견' 이슈다. 현대차그룹 제조계열사들의 잇따른 생산 자회사 설립은 고용 형태와 관련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물출자 방식의 절차적 간편성

사업회사가 기존 사업을 떼내 자회사를 설립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방법은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기존 법인의 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로 절차상의 수월함이 꼽힌다.

기존 법인을 분할하는 방식의 자회사 설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이다. 총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물적분할이든 인적분할이든 주주총회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그룹 특별관계자의 현대위아 지분율은 이날 기준으로 40.74%다. 총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조건은 충족한다. 그러나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 조건까지 변수 없이 충족하는 수준은 아니다.

반면 현물출자 방식은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그리고 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매년 3월이 멀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면 정기주총에 자회사 설립 안건을 상정하거나 별도의 임시주총을 여는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굳이 지분율과 관련한 리스크를 계산할 필요도 없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물출자 방식 자회사 설립 또 다른 이유 '지배구조'

현대차그룹은 국내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기업집단이다. 때문에 연속된 제조계열사들의 생산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지분관계에 의한 계열사 지배구조의 개편 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에게 지배구조 개편은 오너 정의선 회장의 미약한 그룹 지배력이 부각되는 것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기에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재계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모비스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지주사로 삼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언급된다. 2018년 실제로 추진됐으나 글로벌 투자자문사 엘리엇의 반대로 좌초됐던 방안이기도 하다.

난점은 이 방안이 성립하려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0.32%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낮은 지분율 문제를 해소할 방법으로는 정 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에 속한 계열사의 지분을 현대모비스의 자사주와 맞교환하는 것과 순환출자 고리 바깥에 있는 계열사 지분을 현금화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 있다.

정 회장이 1.95% 지분을 보유한 현대위아는 후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의 현대위아 보유지분 가치는 21일 장 마감가 기준으로 339억원이다.

이는 상장 계열사 중 가치가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20%)의 1조3732억원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그러나 현대차그룹과 현대위아 입장에서는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현물출자라는 간편한 방식을 두고 굳이 기업 분할 방식을 택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을 키울 이유가 없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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