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주목할 용띠 CEO]SK '구원투수' 최창원 부회장, 새해 첫 행보는판교-서울 왕래하며 업무 파악...외부 일정보다 내부 현안 파악 우선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04 07:48:30
[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은 푸른 용이라는 의미다. 용은 예로부터 왕과 권력, 출세 등을 의미했다. "개선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 희망과 성취를 상징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녹록하지 않은 새해를 맞이한 기업들은 저마다 용처럼 '비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청룡의 해를 맞이해 올 한해 주목할 용띠 기업인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그룹 부회장(사진)은 올해 용띠 기업인(1964년생, 60세) 중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다. 작년 말 SK그룹 인사에서 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라는 직책이 추가되면서다. 당시 최 부회장은 조대식·김준·박정호·장동현 등 60대 부회장단이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기는 '파격 인사' 속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서울-판교 오가며 그룹 현안 파악에 집중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의장은 이 협의회를 대표하는 자리로 대우는 부회장급이지만 실질적인 위상과 사내 입지는 부회장 이상이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그룹은 과거 고 최종건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오다가 장남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최종건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 전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분할해 경영해왔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최태원 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을 일부(0.11%, 2만1816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 부회장의 SK㈜ 지분은 제로(0)다. SK㈜와 SK디스커버리는 사실상 지분 구조가 분리됐다. 최 부회장이 당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고사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 이후 SK디스커버리 판교 본사와 SK그룹 본사인 SK서린빌딩을 오가며 근무하고 있다. 그는 역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들처럼 외부 일정 대신 내부 회의와 미팅 등을 하며 그룹의 현안을 파악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최 부회장은 그간 SK케미칼과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등에서 주로 근무해 그룹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반도체와 배터리, 통신 등의 사업을 살펴보고 현안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종종 참관했던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도 올해에는 가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달 중순경 열리는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역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들은 확대경영회의나 CEO 세미나, 이천포럼처럼 주요 행사가 아니면 대외에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며 "통상 1분기(1~3월)는 그룹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원식 '선택과 집중' 통할까
SK그룹은 2022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황이 둔화하고 배터리 사업의 투자 성과가 지연되면서 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 동시에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로 재무부담은 커졌다. 최 부회장은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최 부회장은 과거에도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을 해왔다. 그는 1994년 SK그룹에 입사한 후 기획 부서에서 근무하며 회사 전략을 세우고 사업구조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최 부회장이 중요시하는 업무는 사업구조 재설계다. 그는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려면 비용절감과 인력감축, 비주력사업 축소 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규 사업은 그 다음 과제다.
SK그룹은 여기저기 산재한 투자 업무를 SK㈜로 일원화하고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조직과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부임으로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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