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위험등급 이슈]새 제도 앞 갈길 잃은 사모운용사…평가자료 어디서 구하나④2015년 등록제 전환후 정보 공시없어…운용사 직접 받아야
황원지 기자공개 2024-01-16 08:19:38
[편집자주]
판매사에게 투자상품 위험등급 산정 의무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준비에 한창이다.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사에 직접 위험등급 산정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 발표가 늦어지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더벨은 판매사, 운용사, 펀드평가사, 사무관리사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1일 0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개편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건 사모펀드다. 공모펀드의 경우 이미 기준가, 규모 등 대부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시돼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2015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에는 바깥으로 공시되는 정보가 없다. 운용사에서 자료를 직접 받아야 하지만, 제출이 의무는 아니기에 사후관리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금투협에 정보 공개 안하는 전문사모운용사…직접 자료 공유받아야
금융위원회의 투자성 상품에 대한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판매사는 공모펀드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도 위험등급을 산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사모펀드는 현재 별도 기준이 없으나, 가급적 벤치마크 수익률 등을 활용하여 평가하되 불가한 경우 최저 2등급 이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접하는 사모펀드는 2015년 이후 생겨났다. 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자본시장법을 바꾸면서다. 이전까지는 인가를 받은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사모펀드도 함께 운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등록제로 전환한 이후부터 전문사모운용사들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개화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가 적다. 2015년 이전까지는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와 같이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기준가, 규모, 자산구성 등을 매일 공시했다.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 정보를 보낼 때 사모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전문사모운용사가 따로 없었기에, 금융투자협회 정보를 보면 거의 대부분 사모펀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전문사모운용사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전문사모운용사 역시 금융투자협회로 기준가와 펀드 규모 같은 최소한의 기본 정보는 제출한다. 다만 이 내용의 공개 여부는 각 사의 선택사항이다. 업계에 따르면 극히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공개를 선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내부에서는 해당 자료를 시장 통계를 내는 용도 외에는 공개 및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해당 정보가 필요한 판매사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모펀드 정보를 받기 위해 손잡았던 펀드평가사도 사모펀드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펀드평가사는 펀드 정보를 얻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영업을 통해 개별 운용사를 뚫거나, 금융투자협회 정보를 구매하는 것이다. 국내 대부분 펀드평가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이용하는데, 여기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사모펀드 정보는 거의 없는 셈이다.
결국 판매사들은 사모운용사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제공받아 등급을 산출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운용사가 판매사에 펀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기한이 길다는 점이 맹점이다. 분기 말 기준으로 익월 말까지 자료 제출을 권장하고 있어 이보다 늦어지더라도 강제할 수는 없다.
◇운용사-판매사 시각차 "등급 차이 없어" vs "등급 산정 이유 명확해야"
업계 취재 결과 사모펀드 위험등급 산출에 대한 사모운용사와 판매사의 시각은 큰 차이가 있다. 사모운용사들은 대부분 판매사들의 위험등급 산정과 관련한 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반면 판매사에서는 추후 책임을 고려한다면 무게를 두고 검증해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등급 변화가 없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 한 사모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는 1등급 아니면 2등급으로 가장 고위험 상품에 속한다”며 “판매사에서 다시 등급을 매기더라도, 실무적으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펀드 위험등급 분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사모펀드는 1등급, 롱온니와 같이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펀드는 2등급으로 분류된다.
판매사에서는 시각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취지는 판매사의 책임 강화다.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사에서도 파는 상품에 대해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다. 추후 판매한 펀드에서 문제가 터질 경우 판매사에 검증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히 등급을 1, 2등급으로 분류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도 운용사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고 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등급을 산정한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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