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SSA 마켓 진출]'포화상태' 이머징마켓, SSA 마켓 '선택 아닌 필수'② '키맨' 원상훈 KDB산은 팀장, 1년간 준비…흥행 요건 '이슈어·주관사·투자자'
윤진현 기자공개 2024-02-19 07:30:14
[편집자주]
한국물 이슈어들은 수십년간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에서 발행을 이어왔다. 정부와 국책은행 등 우량한 등급의 이슈어들도 SSA(Sovereign, Supranational&Agency: 정부, 국제기구, 초우량기관) 마켓 진입은 쉽지 않았다. 드높은 장벽에도 불구 KDB산업은행이 선진국형 조달에 성공했다. 더벨이 한국물 성장 스토리와 SSA 진출 의의에 관해 조명해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지름길이 아닌 '모험'을 택한 배경은 뭘까. IB 업계에선 이머징마켓(EM)형 조달을 택하는 이슈어들로 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우려했다.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도 활발히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에 나서며 한계점에 다다랐단 의미다.EM 시장의 한계점을 느낀 KDB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진국형 조달을 준비했다. 외화 조달 키맨 원상훈 자금조달팀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주요 우량 기관투자자 군인 SSA(Sovereign, Supranational&Agency)에게 사전 피드백을 받았다.
결국 1986년 대한민국이 최초로 국제 신용등급을 받은 후 무려 38년 만에 선진국형 이슈어로 발돋움했다. 이슈어와 주선기관의 적극적인 투자자 모집에 더불어 초우량 투자자의 호응까지 '삼위일체'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머징마켓형 조달 '포화'…선진 시장 진출 '필수'
더벨의 집계치에 따르면 2023년 공모 한국물 발행액은 총 496억달러다. 더불어 더벨이 집계를 시작한 2010년(176억달러) 이래 최대치에 해당한다. 불과 십여년 만에 발행액이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간기업(100억달러) 발행액 비중이 20.18%로 전년(17.08%)보다 크게 상승했단 점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 수요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물 선호도를 고루 보여준다. 이는 오랜 기간 국제 채권 시장에서 한국물 이슈어들이 펀더멘탈을 쌓은 결과 가능했다.
매년 이머징마켓형 조달에 도전하는 뉴이슈어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해양진흥공사, SK온,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등 네 곳이 한국물 시장에 데뷔했다. 네 곳 중 3곳이 민간 기업으로 구성됐다.
이렇듯 이머징마켓형 채권 조달을 택하는 이슈어들로 시장은 점차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차환 뿐 아니라 신규 조달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며 "KDB산업은행과 같은 우량한 등급의 이슈어들은 한계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KDB산업은행 역시 모험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짚었다. 한해 간 최소 3~4회 시장을 찾는 이슈어인데다 발행량까지 많은 만큼 전략 선회가 필요했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해 발행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도 역시 늘어났단 분석도 나왔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조달 업력이 쌓이면서 이머징마켓형 조달로만 연간 발행량을 모두 채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고 그간 목표로 삼았던 SSA형 발행을 시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KDB산업은행 글로벌본드 딜을 전담한 건 외화조달팀 일원이다. 원상훈 팀장을 비롯한 실무진은 지난해부터 약 1년간 본격적으로 SSA형 조달, 즉 선진국형 조달을 준비했다. 우선 정부, 국제기구, 우량 기관으로 이뤄진 SSA 투자자들에 사전 피드백을 받았다.
SSA형 조달의 특이점은 물론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고루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초우량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트랜치(Tranche·만기구조)인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했다. 여기에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미드스와프(MS)로 최초제시금리(IPG·이니셜가이던스)를 잡기도 했다.
여기에 주선기관의 적극적인 투자자 모집 역시 한몫을 했다. KDB산업은행의 이번 딜은 주관사단으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ING, MUFG증권, 쏘시에떼제네랄, KB증권, KDB아시아가 참여했다. SSA 시장 진출에 맞춰 글로벌 IB들을 포진한 데 이어 토종 IB 역시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최초로 SSA형 조달에 나선 KDB산업은행에 투자자들은 적극 화답했다.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27억달러, 26억달러의 주문이 몰리면서 거뜬히 사상 최대 발행액(30억달러)을 기록했다. 북빌딩에는 유럽과 미국은 물론, 남미 등 초우량 기관들까지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슈어와 주관사단의 노력은 물론 투자자 호응까지 함께 뒷받침 되면서 '삼위일체'를 이뤘단 분석이 나온다. 결국 국제 자본시장에서 여전히 이머징마켓으로 여겨지던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다. 1986년 처음으로 국제 신용등급을 받은 후 무려 38년 만의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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