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송영숙 회장, 갈등 후 첫 공식입장 "통합 미래위한 길"장남 전략은 즉흥적, OCI그룹 통합은 신약명가 위한 유일한 전략
최은수 기자공개 2024-03-10 18:10:16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0일 1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임성기 회장 사후 불거진 모녀와 두 아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사진)이 입을 열었다.'한미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공통적인 과제를 두고 양측은 분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송 회장은 OCI와의 통합은 신약개발에 대한 창업회장의 유지를 잇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장남의 전략에 대해선 다소 '즉흥적'이라는 표현으로 우회적으로 불가하다는 의중을 내비췄다.
◇결정적 입장차 '신약 vs CDMO' 미래 정체성 둔 엇갈린 시각
송 회장은 10일 일부 언론과 대면 및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미 오너가의 갈등 그리고 OCI그룹과의 통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장녀 임주현 사장이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치른지 2주일만이다.
임주현 사장이 OCI그룹과의 통합 이후의 비전을 발표했다면 송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두 아들들과의 갈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송 회장은 "임주현 사장을 포함해 임종윤·종훈 사장이 모두 같은 조건에서 아버지에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며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선택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OCI그룹이라는 이종산업의 통합은 현실의 과제와 제약업의 특성을 모두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R&D에 집중하는 신약 개발 명가라는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현재 송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OCI그룹과의 통합이라는 한미그룹을 위한 결단이 임종윤 사장측이 내놓은 기존 전략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공식화 한 셈이다. 송 회장은 임종윤 사장의 미래 전략에 대해 '개성이 강하고 다소 즉흥적인 성정'에서 비롯됐다는 표현을 통해 기업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임종윤 사장은 2010년부터 12년 간 한미사이언스의 대표로 재직하다 송 회장 등과 갈등을 빚고 현재는 개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의 키를 잡고 있을 당시 그는 한미그룹의 미래를 신약을 너머 'mRNA 백신 개발과 유전자세포치료제위탁생산(CDMO) 퍼실리티 확충'으로 정했다.
당시 임종윤 사장이 선보인 주요 신사업이 한미약품의 2공장 명목의 '바이오플랜트' 확충이다. 2018년 평택에 준공을 마친 후 상업화된 신약 기준 2000만개 이상의 완충형(프리필드실린지) 주사기를 생산할 능력(캐파)을 갖추면서 한때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 수주전에 참가하는 등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2022년 말까지 900억원의 감가상각비를 인식했을 뿐 이렇다 할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아직 결산 전이지만 작년 말까지 상각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 할 수주 실적이 나오지 않아 한미그룹 안에서도 골칫덩이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에선 한미약품이 국내서 손꼽히는 바이오플랜트를 활용하지 못한 근본적인 사정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럼에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한미그룹에선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번 송 회장의 입장으로 전후 사정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그룹 10년 대계' 표류, OCI는 신약 미래 위해 필요한 파트너
위탁개발생산(CDMO) 신사업이 사실상 좌초된 건 당초 한미그룹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일로 보인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당뇨·심혈관계 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생산 물량을 고려해 설계했지만 해당 기술은 2020년 기술반환됐다.
문제는 현재 한미그룹이 CDMO 사업과 신약 연구개발(R&D)을 병행할 체력도, 어느 하나를 선택해 전력질주할 지구력도 없다는 데 있다. 경영 방침의 이견 속에서 1700억원을 들이고도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는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 회장은 OCI그룹과의 동행이 합리적인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미의 미래'를 위해 OCI그룹의 역량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이종산업의 결합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간의 전문성을 더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이종 기업 간 통합이 서로의 전문성을 오히려 더 존중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 했다"며 "동아제약을 매수했던 과거일화를 비춰볼 때 동종업계간 결합은 오히려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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