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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엔비디아를 꿈꾸는 기업들]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제대로 된 AI 반도체 팔겠다"①연내 양산 샘플 출하, 이르면 2026년 IPO 추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22 07:25:37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산업이 본격 개화하면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세워 AI 서버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다. 문제는 커진 엔비디아 영향력 만큼이나 의존도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가격은 수천만원으로 뛰었고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탈엔비디아'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 칩 개발에 나서거나 대체 업체와 협력하는 식이다. 엔비디아 시대에 맞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비디아가 석권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반격을 노리는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사와 엔비디아 제품 성능을 비교하면서 자신감을 표출 중이다.

다만 아직은 '섀도복싱'에 가깝다. 정식 칩이 나오지 않았거나 이미 시판 중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한 홍보 수주에 그친다. 대량 생산 단계까지 엔비디아가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격차는 더 클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실체'를 확실히 보여준 AI 반도체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설립 5주년을 맞이한 모빌린트가 주인공이다. 수년간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AI 최강자 엔비디아 맞설 승부수 '가성비·전력효율'

모빌린트는 2019년 4월 신 대표(사진)가 세운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그는 카이스트(KAIST) 출신으로 동 대학원 진학 이후 AI 반도체 분야에 발을 들였고 대학원 과정을 마친 직후 창업했다. 30대 중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지만 AI 반도체 개발 경력은 10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신 대표는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직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AI 반도체, NPU 등 개념 자체가 모호했다. 마땅한 응용처가 없던 데다 AI는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공기가 달라진 건 2015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등장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신 대표도 AI의 막연함을 지우고 창업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AI 산업에서 스타트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빅테크와 정면승부하기란 무모한 도전이었다. 이에 신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에지(Edge)' 부문을 선택했다. 에지는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버와 반대되는 영역으로 디바이스, 소규모 서버 등을 망라하는 분야다.

신 대표는 "다양한 에지에서 모빌린트 타깃은 온디바이스 AI, 온프레미스 AI다. 사실 이쪽도 엔비디아가 RTX 시리즈로 독점해왔다"며 "기존 엔비디아를 쓰던 고객들이 우리 제품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면서 대체 가능한지 살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후발주자가 그렇듯이 모빌린트는 엔비디아 대안이 되기 위해 '가성비'를 내세우고 있다. 절반 가격에 2배 높은 성능으로 약 4배 가까운 가성비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신 대표는 "초기에 4배 정도 차이가 나야 엔비디아가 가격을 내리거나 신제품을 내놓아도 2배 내외 앞선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어필 포인트는 전력효율이다. 대규모 쿨링 시스템 등을 갖출 수 있는 데이터센터 대비 최소한의 공간만 허용되는 에지에서 발열 등 이슈가 더 크다. 따라서 에지에서 전력효율은 핵심 가치로 꼽힌다.

신 대표는 "우리 제품은 엔비디아 일반 라인업 대비 전력효율이 5배 이상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엔비디아보다 전력효율을 높이는 건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그에 맞는 가격, 고객 최적화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에지 AI까지 장악해온 건 맞지만 앞으로도 그러기엔 여력이 없다. 이미 대형 AI 서버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찬 만큼 에지에 총력을 기울이긴 쉽지 않은 탓이다. 모빌린트 같은 회사에는 기회 요인이다. 향후 실질적인 경쟁사는 이스라엘 헤일로, 대만 크네론 등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 대표는 "해외에서 2~3년 전 AI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곳이 꽤 있었는데 잘 된 케이스가 없다. 이후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모빌린트는 데뷔를 앞둔 아이돌 같은 상황이다. 이제 나올 칩이 어떤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모빌린트의 서울 강남구 본사

◇판가름 앞둔 AI 반도체 업계, 자신감 있는 모빌린트

최근 몇 년 사이 AI 반도체가 급부상하면서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비교적 투자 유치도 수월했고 회사 가치도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와 내년을 진정한 AI 반도체 원년으로 꼽는다. 해당 사업을 시작한 업체들이 정식 칩을 본격 양산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세부 영역이 다르나 모빌린트와 함께 대표적인 AI 반도체 회사로 거론되는 사피온, 리벨리온, 딥엑스, 퓨리오사AI 등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에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 대표는 "(동종업계가) 내년부터 매출이 발생하면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되면 매출 등을 따라올 것이고 그러면 추가적인 투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된 AI 반도체를 만들고 고객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모빌린트는 연내 첫 번째 칩 '에리스'의 양산 샘플을 출하할 예정이다. 양산 직전 거치는 막바지 단계로 여기서 고객 승인(퀄)을 받으면 정식 주문에 들어가게 된다.

이달에는 두 번째 칩 '레귤러스' 샘플이 나온다.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 양산 샘플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에리스가 하이엔드 에지를 공략한다면 레귤러스는 온디바이스 AI 전용이다. 온디바이스 AI란 클라우드를 통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2024~2025년 성과가 나온다면 모빌린트는 2026~2027년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AI도 자동차 시장만큼이나 클 수 있다고 보고 (실력만 있다면) 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 개발하는 게 핵심이고 이는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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