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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C형 VC 톺아보기]'성과보수만 200억'…BNH인베 '스타덤' 올린 휴젤②프로젝트펀드로 2000억 회수, LP 재출자 선순환…공동창업자 이탈 '그림자'도

구혜린 기자공개 2024-04-30 08:39:53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H인베스트먼트의 역사를 얘기할 때 '휴젤'을 빼 놓을 수 없다. 보톡스사 휴젤은 BNH인베스트먼트를 오늘에 이르게 한 시그니처 딜이자 브랜드다. 700억원 단일 투자로 2000억원을 회수했으며 성과보수만 200억원 이상을 수취했기 때문이다. 하우스 설립 2년차에 벌어진 일이다.

단숨에 출자자(LP) 사이에서 BNH인베스트먼트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후속 펀드를 쾌속 결성케 하는 공헌을 했다. 쟁쟁한 경력사를 제치고 모태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는 성과도 낳았다. 이로 인해 잠시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으나, 창업주 김명환 대표가 나사를 조이며 위기를 극복한 스토리도 눈에 띈다.

◇두 번의 프로젝트 투자, 3년 만에 만든 '기적'

BNH인베스트먼트가 휴젤과 첫 인연을 맺은 건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시절이다. 김명환 대표는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상무로 몸담고 있던 2013년 160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BNH-CJ바이오헬스케어투자조합)를 조성해 휴젤에 베팅했다. 보톡스로 일컬어지는 '보툴리눔톡신'을 이용한 주사제 사업을 영위하는 휴젤이 바이오·의료업계에서 업계에서 막 주목을 받던 시기였다.

BNH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후 팔로우온 투자를 이어갔다. 2015년 하우스 출범 직후 6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WF바이오헬스케어투자조합)를 조성해 휴젤에 추가 투자했다. 당시 휴젤 2대주주였던 신용호 창업주 개인 지분 및 그가 보유하고 있던 동양에이치씨(당시 휴젤 최대주주) 지분을 매입했다. 이런저런 보수를 제하고 휴젤에만 투입된 자금은 두 펀드를 합쳐 순 700억원이다.

2016년 휴젤이 코스닥 시장에 순조롭게 입성하면서 하우스는 잭팟을 터뜨렸다. 엑시트를 통해 휴젤 투자 원금의 세 배가량인 약 2000억원을 회수했다. 청산 수익률은 첫 프로젝트 펀드가 50%, 두번째 프로젝트 펀드가 115%다. 성과보수로 약 200억원을 손에 쥐었다. 당시 VC 업계에서 단일 투자 기준 최대 규모 성과보수를 지급 받으며 BNH인베스트먼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대규모 프로젝트펀드 투자가 국내 시장에서 생소한 시절 과감한 베팅을 한 결과다. 김명환 대표는 "당시만 해도 프로젝트펀드를 만든다는 개념이 잘 없었고, 특히나 VC가 한 회사에 600억원 자금을 투자하는 건 매우 드문 케이스였다"라며 "VC 입문 16년 만에 휴젤이 나왔는데 지금도 창업주들과 자주 왕래할 정도로 고마은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부터 회수까지 약 3년 기간 동안 휴젤의 '밸류업'을 다각도로 지원하기도 했다. 2013년 첫 투자 이후 휴젤이 히알루론산 기반 필러 제조 판매사 아크로스를 인수하도록 조언을 보탰다. 보톡스의 의료용 목적 사용 종합병원 공급을 확대하도록 영업 인력 확보를 조언하기도 했다. 자회사 아크로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휴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우스 긍정적 꼬리표 '휴젤', 모태 GP 확보 이끌어

2016년을 기점으로 BNH인베스트먼트 앞에 '휴젤 김명환'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멀티플로만 따지면 세 배 수준이지만, 단일 투자 건 2000억원 이상의 회수는 업계에 회자될 만한 기록이었다. 총 투자 기간이 3년여에 불과하단 점도 눈에 띈다. 프로젝트펀드 성과를 눈여겨본 LP들은 너도나도 출자를 희망했다. BNH인베스트먼트가 블라인드 펀드를 쾌속 결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우스에서 최초로 조성한 블라인드펀드부터가 휴젤 후광과 연결돼 있다. LSK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만든 385억원 규모 펀드(LSK-BNH 코리아바이오펀드)다. KTB네트워크에서 김명환 대표와 인연을 맺은 한상엽 LSK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펀드 결성을 제안했다. BNH인베스트먼트의 트랙레코드가 있으면 출자 제안서에 힘이 실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 예상은 적중했으며 휴젤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한 LP들이 재출자에 나서 100% 민간 LP로 구성된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설립 2년여 만에 단독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성과도 휴젤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BNH인베스트먼트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펀드 창업초기 분야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2018년 495억원 규모 첫 단독 블라인드펀드(비엔에이치스타트업3호투자조합)를 결성했다. 창업초기는 투자 난도가 높지 않아 신생사가 선정되기엔 경쟁률이 극심한 분야이나, 1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트랙레코드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모든 영광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비록 휴젤 잭팟은 한 때 신생하우스가 보여주는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관리보수는 차치하고 성과보수만 200억원 가까이 수취하자 내부 분위기가 설립 초기 대비 루즈(loose)해진 탓이다. 김명환 대표와 함께 하우스를 개척한 박문환, 정용수, 유석현 파트너 3인은 순차적으로 VC 업계를 떠났으며 현재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를 극복한 건 김명환 대표가 'BNH인베스트먼트는 LLC'란 개념을 놓지 않았던 덕이다. 모두가 지배력이 있는 만큼 모두가 열심히 뛰어야 LLC에 미래가 있단 판단이다.

김 대표는 "통상 신생하우스가 10년 만에 이룰 성과를 2년 만에 이루다보니 누구라도 절박함과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며 "다른 파트너들에게 '조기에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좋은 젊은 인재들도 영입하면서 다시 나사를 조이고 가는 길과, 그렇지 않다면 회사에 미래가 없으니 조기 목표 달성에 만족하면서 페이드아웃(Fade-out) 하는 길 중에서 선택하자'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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