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ource Multi Use]다크호스 <선재 업고 튀어>의 '생명 연장'카카오엔터 원작 판권 세일즈, 완결 후 독자 유입 차원…2049 젊은층 중심 인기몰이
고진영 기자공개 2024-05-02 10:31:13
[편집자주]
콘텐츠업계에 지적재산권(IP)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영감에 기대기보다 흥행이 담보되는 IP, 완성도 갖춘 원작을 경쟁적으로 수집해 2차 저작한다. 콘텐츠가 모래알처럼 넘쳐나는 포화 시장에서 ‘쪽박’을 피하기 위한 무기. 이른바 OSMU(One-Source Multi-Use) 방식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드라마로, 게임이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확장되는 콘텐츠의 변신을 더벨이 추적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팬심이란 항시적 감정과잉이다. 쉽게 감동하고 툭하면 화가 난다. 남 보기엔 유치해도 당사자는 절박하다. 타인은 몰라주는 유난함. tvN <선재 업고 튀어>는 이런 길티 플레저를 자극해서 인기를 끌어낸 예상밖의 흥행작이다. 팬과 스타의 로맨스라는 다소 허황되지만 달콤한 환상을 가미했다.카카오페이지 웹소설에서 시작해 웹툰으로, 다시 드라마로 각색됐다. 시청률은 평범한 수준인데 화제성은 웬만한 대박작에 버금간다. 젊은 세대가 주로 보는 작품의 특징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원작 소설과 웹툰도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원작 <내일의 으뜸>, 웹소설→웹툰→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각색해서 만들어졌다. 시간을 여행하는 타입슬립물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유명 아이돌 류선재(변우석)는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삶의 의지를 회복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은 15년 전으로 돌아가 선재의 불행을 막기위해 고군분투하고, 둘의 이야기는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 서사로 확장된다.
웹소설이 연재된 기간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다. 연재가 끝나자마자 바로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내일의 으뜸>에 대한 세일즈를 진행해 콘텐츠 제작사를 물색하면서 드라마 제작사인 본팩토리와 계약이 이뤄졌다.
작품의 IP(지적 재산권)는 기본적으로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계약은 김빵 작가와 본팩토리 2자가 체결했다. 세일즈를 담당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했던 셈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도 일부 수수료가 떨어졌지만, 수수료가 목적이라기 보단 원작 유입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판권 판매였다고 봐야 한다.
보통 웹소설이나 웹툰은 연재가 종료되면 얼마 안가서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이 끝난다. 카카오페이지가 최근 이용자 취향에 기반한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 ‘헬릭스 큐레이션’을 내놓은 것도 완결작이나 구작 추천을 통해 작품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다. 2차 저작물에 대한 판권 판매 역시 같은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이태원 클라쓰>같은 경우 드라마 방영 당시엔 완결된 뒤 몇 년은 지난 작품이었는데 방송이 흥행하면서 웹툰 조회수가 엄청나게 올랐다”며 “작품이 드라마나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면 원작의 수명도 계속해서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기대 뛰어넘는 흥행, 원작 조회수 'UP'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인력이나 네트워크 측면에서 판권 바이어 확보에 좋은 조건을 갖춘 편이다. <내일의 으뜸>의 경우 담당팀 팀장이 PD 출신이다 보니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세일즈에도 유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가와 제작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그칠 뿐이고 최종적인 계약 여부는 작가의 선택에 맡겨진다.
김빵 작가로부터 드라마 제작 판권을 사들인 본팩토리는 CJ ENM 계열의 드라마 제작회사다. 문석환, 오광희 공동대표가 2008년 설립했으며 CJ ENM이 2018년 말 인수했다.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를 시작으로 SBS 2013년 <주군의 태양>, 2018년 <김비서가 왜 그럴까>, 2020년 <여신강림> 등을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 명가’로 꼽힌다.
다만 <선재 업고 튀어>는 드라마 제작이 발표된 이후에도 본팩토리의 대표작들에 비해 기대가 대단치 않았다. 주연 배우인 김혜윤과 변우석 등은 아직 이름값을 기대하기 어려운 신예였고 아이돌, 타임슬립을 다루는 소재 역시 대중성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29일 방영된 <선재 업고 튀어> 7화는 수도권 가구 기준으로 평균 5.3%, 최고 6.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국 가구 기준으론 평균 4.5%, 최고 5.3%로 자체 시청률을 새로 썼다. 시청률은 그리 특별할 게 없는데 화제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방송 첫 주부터 화제성 점수가 4만2393점을 찍었다. 올해 초히트작인 <눈물의 여왕>을 포함해서 최근 1년 동안 방송된 TV 드라마가 첫 주에 기록한 수치로는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선재 업고 튀어>는 코어 시청자인 10대 ~ 30대가 주로 OTT를 통해 드라마를 보는 만큼 시청률과 화제성 간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며 “하지만 2049(20~49세)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광고계 등에서도 아주 유의미하게 보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드라마의 성공 효과는 원작으로 이어졌다. <내일의 으뜸> 웹소설 누적 조회수가 700만뷰를돌파했고 드라마가 방영된 2주 동안 웹툰 누적 조회수는 7위까지 올랐다. 웹소설의 경우 이미 완결이 됐지만 드라마 방영 시기에 맞춰 IF 외전을 연재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요즘 드라마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작사 쪽에서도 스토리 완성도가 어느 정도 검증된 웹소설이나 웹툰을 영상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카카오엔터는 자체 스튜디오도 많고 세일즈 네트워크도 확보돼 있기 때문에 2차 저작물 제작이나 판권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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