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해외서 '새 먹거리' 찾을까 캄보디아 금융당국, 한국형 신탁 방식 개발사업 구상…외자유치 가교 역할
이재빈 기자공개 2024-07-10 07:54:3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르면 수 년 내에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캄보디아 금융당국이 한국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일부 신탁사는 이미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한 해외진출 밑그림을 그릴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안전장치가 필요한 다수의 개발도상국으로 부동산신탁 제도를 수출할 가능성도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캄보디아 금융당국과 한국의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캄보디아 측이 제도 도입 관련 질의를 남기면 한국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답변과 제도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한 달 이상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부동산신탁 제도 수출 논의는 지난 5월 시작됐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한국을 찾아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캄보디아는 2019년 신탁 체제를 강화하는 신탁법을 공포했다.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토지등기 등 관련 제도의 추가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신탁사가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캄보디아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탁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캄보디아는 국가적으로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탁사를 통하지 않을 경우 캄보디아 시민권자를 토지의 법적 소유자로 지명해야 하지만 신탁사 대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캄보디아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외국 자본 유치라는 노림수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는 국토 개발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자체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자본력이 부족한 상태다. 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캄보디아 금융 제도를 신뢰하고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전후로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 외국자본이 다수 있었다"며 "계좌 분리 등 안전장치의 부재로 자금 유용같은 문제가 발생해 개발이 중지된 사업장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 문제는 한국의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으로 해결 가능하다. 영업인가를 받은 금융기관이 개발사업의 자금을 관리한다면 외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은 캄보디아에 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캄보디아가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한국 금융기관이 지분을 출자한 부동산신탁사가 신용도를 바탕으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일부 신탁사들은 이미 캄보디아 진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탁법 외에 토지등기 등 관련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는 시점에 맞춰 빠르게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해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영업인가를 비롯한 인허가 절차를 고려해 한국 자본 100%가 아닌 캄보디아 기관과 JV를 설립하는 형태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은 이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한국의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제도만 마련되면 부동산신탁사들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신탁 제도가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과거 공산권에 속해 있었던 탓에 개발금융 관련 안전장치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캄보디아가 부동산신탁 제도 도입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인근 국가들도 관련법을 제정할 수 있다. 부동산신탁 사업의 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셈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부동산신탁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검토할 전망이다. 2022 사업연도 기준 1조57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신탁보수 규모는 지난해 9801억원으로 축소됐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도 있지만 개발이 충분히 진행된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신탁보수의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의 리스크 확대도 신탁보수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부동산신탁사들은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수료율이 1~2%에 달하는 책준형 토지신탁을 앞세워 신탁보수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책준약정이 부동산 신탁사의 리스크로 급부상함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관련 수주가 급감하는 추세다.
차입형 토지신탁도 책준형 못지 않게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자본력의 문제가 있다. 신탁사가 사실상 대주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기관은 수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수익성 악화와 개발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된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수수료율은 대부분 1%를 하회한다. 신탁사가 도시정비 수주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 진 영향이다. 일부 사업장은 수수료율이 0.3%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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