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주블리아' 출혈경쟁, 흐름 바꾸는 동화약품 제네릭 아닌 신규 무좀약 도입으로 포지셔닝…경쟁 차별화 시도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07 09:20:37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화약품이 손발톱 무좀 치료제 흐름을 바꾸는 시도에 나섰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1위인 주블리아 제네릭 경쟁에 뛰어든 동화약품이다. 하지만 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새로운 성분으로 신규 시장을 만들겠다고 결정한 점에 주목된다. 제네릭을 만들어 가격 경쟁에 매달리는 기존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독자노선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연 300억 주블리아 시장, 제네릭에서 전략 바꾼 동화약품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최근 일본 사토제약과 '루코낙 솔루션 5%(성분명 루리코나졸)'를 국내 도입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이 주목을 받은 건 현재 국내 무좀 치료제 시장을 석권한 '주블리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제품이 바로 루코낙이기 때문이다.
주블리아 전 무좀 치료제 시장은 바르는 일반약 혹은 먹는 전문약 위주였다. 주블리아는 최초의 바르는 전문약으로 포지셔닝 했다.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약과 달리 주블리아는 병원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과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우려와 달리 주블리아는 우수한 효과와 민간 실비보험으로 약값 부담이 줄면서 시장 판도를 바꿨다. 출시 2년 차에 매출 12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약 300억원으로 성장했다.
주블리아도 다른 전문약처럼 제네릭(복제약)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을 필두로 종근당, 동구바이오제약, 휴온스 등이 주블리아 제네릭 출격을 준비 중이다. 국내 제약사 8곳은 지난해 말 주블리아 제제특허에 대한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 1심에서 청구성립 심결을 얻어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제네릭사가 만든 제품이 오리지널의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확인을 받아냈다는 의미다.
동화약품도 주블리아 제네릭을 준비하던 국내사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전략을 틀어 주블리아 경쟁약인 루코낙 도입을 결정했다. 루코낙은 일본 사토제약이 개발한 바르는 무좀약으로 주블리아와 같은 포지션이다. 주블리아 제네릭에서 경쟁 도입약으로 차별화를 둔 것이다.
◇10개사 출혈경쟁 치열…독자노선으로 신규시장 창출에 베팅
동화약품은 제네릭이 아닌 새로운 성분 도입으로 경쟁의 흐름을 바꾸고자 한다. 어떤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최근의 경쟁상황을 고려할 때 도입약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약을 도입하는 경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루리코나졸 성분은 국내 허가된 적이 없기 때문에 동화약품이 허가와 출시 제반 작업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직전까지 주블리아 제네릭을 준비했기 때문에 전략 변경으로 인한 매몰비용도 발생한다. 계약 조항에 따라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원개발사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도입약을 택한 건 주블리아 제네릭이 예상보다 치열한 출혈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주블리아 제네릭사는 총 10곳이다. 이들의 경쟁은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블리아는 비급여인 만큼 제약사의 가격 조정이 용이하다. 제네릭사들은 오리지널 대비 약 10% 낮은 가격대를 설정했다. 4만~5만원 선인 주블리아 4ml 기준 3만원 중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외부 영업조직(CSO)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매출에 따라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50%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CSO가 주블리아 1억원어치를 팔면 절반인 5000만원을 판매 수수료로 지급한다는 얘기다. 지급 수수료가 높아질 수록 제약사에 남는 마진은 줄어든다.
오리지널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동아에스티는 주블리아 8ml와 4ml 가격을 각각 17%, 15%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이미 터를 잡은 오리지널이 가격을 내리면 제네릭은 더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 오리지널의 벽을 뚫기 어렵다.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없는 제네릭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보다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먼저 경쟁을 펼쳤던 일본 시장에서 루코낙이 탄탄한 입지를 형성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성분을 도입할 경우 동화약품은 총 3300억원 규모의 무좀 치료제 시장 전체를 두고 경쟁을 펼쳐나가게 된다. 300억원 주블리아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동화약품의 이같은 전략은 달라진 최근의 경영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존 전통제약사가 무난하게 생존해왔던 방식을 깨고 공격적으로 자신만의 노선을 찾아가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오랜기간 소극적이었던 투자기조를 깨고 신규 출자를 늘리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미용 의료기기 업체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주블리아 제네릭사가 늘어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루코낙 독점 공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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