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수출입은행, SSA 해법은 글로벌은행 투자자?산은·외평채 발행 함께한 IB 대거 포진…'반쪽짜리' SSA 피하자
이정완 기자공개 2024-08-14 15:04:2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최대 발행사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하반기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한 주관사단을 확정했다. 수출입은행은 앞서 한국산업은행과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선진국형 방식인 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 스타일을 택하며 이 같은 모델을 고민해왔다.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란 변수가 생겼다. SSA 발행 해법을 찾기 위해 글로벌 은행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외평채 발행 때는 전세계 중앙은행 투자 비중이 높았는데 이번에는 은행 수요를 동시에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토종 IB 지위 KB증권이 획득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9일 글로벌본드 주관사단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한 킥오프 미팅(Kick-off meeting)을 실시했다.
주관사단은 미국, 유럽계는 물론 일본계 증권사까지 두루두루 구성했다. BoA메릴린치,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CIB, 나틱시스, ING증권, 미즈호증권으로 정해졌다. 수출입은행은 20억~25억달러 규모 조달을 계획 중이다. 대규모 조달에 걸맞게 다수의 증권사에 북러너(Book Runner) 자격을 줬다.
눈에 띄는 건 다수의 프랑스계 증권사가 자리했다는 점이다. 한국물 시장에서 탄탄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CIB는 물론 나틱시스까지 포함됐다. 나틱시스는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서 존재감이 덜했지만 2021년 진출을 꾀한 뒤 국책은행·공공기관 딜을 이따금 따내고 있다. 2022년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산업은행, 올해 초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관이 눈에 띈다.
보조 주관사로는 KB증권이 선정됐다. 수출입은행은 2020년대 초반부터 토종 IB 육성을 위해 주관사와 보조 주관사 역할을 나눠 국내 증권사를 주관사단에 포함시켜 왔다. 외국계 증권사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토종 IB는 보조 주관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올해 1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이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KB증권이 따냈다.
공교롭게도 이번 발행에는 외국계 IB와 국내 IB 모두 SSA 발행을 경험한 IB가 대거 포진됐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주관사단을 선정할 때 IB로부터 SSA 스타일 조달 제안을 들었다. SSA는 기존 EM(Emerging Market)형과는 다르게 정부, 중앙은행, 국제기구 같은 초우량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수출입은행 주관사단에 포함된 BoA메릴린치와 크레디아그리콜CIB는 지난 6월 이뤄진 산업은행과 외평채 SSA 발행에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다. ING증권도 올해 초 산업은행이 한국물 SSA 첫 주자로 나설 때 조력자 역할을 했다. 미즈호증권 역시 6월 산업은행 발행에 동참했다. 토종 IB인 KB증권은 산업은행의 2월 발행 때 주관사를 맡았다.
◇금리 인하 전망에 FRN 스터디도
하지만 이달 초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상과 예상보다 저조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맞물리면서 전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전면전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출입은행이 SSA 발행을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게 나을 것이란 이야기도 IB업계에서 퍼졌다.
수출입은행과 주관사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SA 발행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포인트는 글로벌 은행(Bank Treasury) 투자 비중 확대다. 올해 산업은행의 첫 발행 이후 이어진 한국물 SSA에선 중앙은행, 공적기관, 국부펀드 투자 비중이 높았다. 2월 산업은행이 30억달러를 조달할 때 투자자 비중의 약 70%가 이들로 꾸려졌다.
다만 SSA 투자자 양대 축에는 글로벌 은행권도 포함된다. 그간 한국물 SSA 발행에서 은행 투자 비중은 10%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특히나 앞서 산업은행과 외평채에 투자한 중앙은행은 재차 한국물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들은 통상 특정 국가에 투자 한도를 정해놓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권을 공략해야 한국물 SSA 발행이 반쪽짜리로 머무르지 않을 수 있다.
변동금리부채권(FRN)을 선택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얼마나 많이, 자주 금리를 내릴 지가 관심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도 당장 금리가 정해지는 고정금리부채권(FXD)보다 FRN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국물 발행사 중 FRN 수혜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달 중순 글로벌본드 수요예측을 실시한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IR 과정에서 FRN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파악해 이례적으로 이를 택했다. 3년물과 5년물로 만기를 나눴는데 FRN으로 발행된 3년물에 주문이 몰렸다.
IB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SSA 발행을 위해 은행 투자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최근 NH농협은행 흥행 사례처럼 FRN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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