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산업은행 본점 준하는 조직·상품 런던에 세팅할 것"[thebell interview]김노현 산업은행 런던지점장
런던(영국)=최필우 기자공개 2024-10-17 12: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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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노현 산업은행 런던지점장(사진)은 커리어 두 번째로 런던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무자 시절이었던 2007년 부임해 3년간 근무했고 2022년 런던지점장에 취임해 3년차를 보내고 있다. 실무자로 런던지점을 한차례 경험한 그가 지점장으로 다시 복귀한 이유는 명확하다. 본점의 주요 상품과 기능을 런던지점에 녹여달라는 게 경영진의 주문이다.과거 런던지점은 외화유가증권 거래를 비롯한 외화 관련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했으나 김 지점장 체제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세분화된 기업금융 조직과 신설된 벤처데스크가 김 지점장의 작품이다. 김 지점장은 남은 재직 기간 동안 파생데스크 마케팅과 PF데스크 자문 역량을 강화해 신사업을 안착시킨다는 목표다.
◇핵심 기능 '자금 조달·기업금융' 기초 체력 강화 초점
김 지점장은 영국 런던 소재 산업은행 런던지점에서 진행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외화유가증권 거래, 기업여신 심사 등 런던지점이 제공하는 핵심 기능과 상품은 대부분 본점에서 경험해본 것들"이라며 "영업 조직 뿐만 아니라 인사부 등 미들, 백 오피스 역할을 경험해본 게 런던지점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1994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베테랑 금융인이다. 입행 초반 부산북부지점, 울산지점을 거쳐 1999년 중소기업본부로 이동하면서 본점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이동해 2013년초까지 몸담은 자금결제실에서 그의 핵심 경력을 만들었다. 자금거래실 백오피스 업무로 시작해 대고객거래, 외화유가증권거래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런던지점으로 처음 발령난 것도 이 시기다. 런던지점은 글로벌 금융 허브인 런던 금융시장에 위치한 전진 기지격 점포로 산업은행의 외화유가증권 거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점포였다. 당시만 해도 산업은행은 물론 런던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이 신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김 지점장은 "런던은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금융시장으로 커버리지가 넓은 곳"이라며 "런던 금융시장으로 자금 조달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고객과 접점을 마련하기가 용이한 글로벌 요충지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지점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국제금융부에서 항공기금융 업무를 했고 인사부에서 팀장급으로 인사운용을 총괄하는 등 직무 영역을 늘려나갔다. 해외사업실 크로스보더 금융1팀장, 영업기획부 해외진출마케팅팀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 관련 커리어도 이어갔다.
김 지점장은 김해지점장을 거쳐 2022년 지점장으로 런던지점에 복귀했다. 그사이 국책은행으로 산업은행의 위상이 높아지고 현지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런던지점도 더 큰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앞선 런던 경험, 한국에서의 외화, 유가증권, 항공기금융, 크로스보더금융, 해외진출마케팅 업무 이력을 활용해 런던지점을 진일보시키는 게 김 지점장의 과제로 주어졌다.
김 지점장은 "런던지점의 가장 핵심이 되는 기능이 런던지점은 물론 다른 유럽 거점점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 만큼 취임 후 유수의 은행을 통한 크레딧 라인을 확보해 조달 안정성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늘리고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벤처·PF·파생 등 신사업으로 NIM 하락 대비
김 지점장은 런던지점의 본질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신사업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란은행도 지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5%로 결정했다.
금리가 하락하면 조달을 핵심 업무로 하는 런던지점이 조달 비용 측면에선 이점을 확보할 수 있으나 영업 측면에선 악영향이 될 수 있다. 대출 이자가 하락해 순이자마진(NIM)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리 사이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사업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김 지점장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가 명확해지고 있고 NIM도 줄어들게 될텐데 다른 활동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며 "유가증권을 사고 팔고 교체 매매를 자주해 매매해 손익을 보완하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적인 지점 운영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핵심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신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지점장이 취임 후 신설한 벤처데스크가 대표적인 신사업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을 해외에서 소개하고 현지 기업과 국내 투자자를 연결하는 게 벤처데스크의 역할이다. 국책은행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신규 수익원 창출까지 가능한 프로젝트다.
PF데스크 업무도 다변화하고 있다. PF데스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딜에 직접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자문 비즈니스를 추가했다. PF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임하는 식이다. 자문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취득하는 형태인 만큼 금리 인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사업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
김 지점장은 "리먼 사태 이후 파생 비즈니스 규모가 줄긴 했지만 런던은 여전히 파생 중심지로 런던지점도 인플레이션 스왑 상품을 현지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무역금융 분야에서도 인수 수수료 창출 기회를 확보하는 등 국내 본점에 준하는 다양한 분야의 조직과 상품을 런던지점에 세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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