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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4]"장기적 관점의 IB 육성, 메인 딜 주선 결실 이룰 것"⑥권오희 우리은행 뉴욕지점장 "우량 자산 위주 성장흐름 유지"

뉴욕(미국)=이기욱 기자공개 2024-11-05 10:05:05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한국계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사들에 비해서 개별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시장에 참여해온 절대적인 시간과 자본력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지원이 이어지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면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오희 우리은행 뉴욕지점장(사진)은 자신들이 성장시켜온 IB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은 글로벌 금융중심지 뉴욕에서 비주류 금융사 위치에 있지만 빠른 속도로 시장 내 위상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는 자체 소싱을 통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대형, 메인 딜 주선을 IB부문의 1차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시장 플레이어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한국계 기업과 무관한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프로젝트금융부·기업영업본부 등 기업금융 경험 다수

2022년부터 우리은행 뉴욕지점장을 지내고 있는 권 지점장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타 기업을 다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UCLA MBA(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기업영업전략부로 입행한 그는 이듬해 프로젝트금융부 과장, 2014년 부동산금융부 차장, 2015년 본점2기업영업본부 차장 등을 지냈다. 이후 두산타워금융센터와 삼성기업영업본부에서 차례로 근무하며 대기업 담당 업무를 수행했고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종로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을 역임했다.

뉴욕지점장 근무 초창기에는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파트와 IT 파트 등 다방면의 부서를 관리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지점과는 다르게 뉴욕지점은 글로벌 사업의 최전선으로서 하나의 '은행'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지점이지만 지점 단위 조직이지만 하나의 은행처럼 기능한다"며 "국내 지점은 영업 파트에 기능이 집중돼 있고 IT파트와 회계 파트 등이 따로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뉴욕지점은 각 파트가 모두 구성돼 있고 각각의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 이슈를 공부하고 대응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인력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전체 직원 37명 중 84%에 달하는 31명이 현지 채용 직원으로 채워져 있다.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해서는 글로벌 대형사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권 지점장은 "시장 내 지위나 기업 규모 등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대 역량이 엔트리(Entry) 레벨의 직원을 채용해 길러내는 방식의 인사 정책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임기 전 대비 자산 두 배 성장 목표…"조직 안정성, 최대 강점"

각종 어려움에도 권 지점장의 기업금융 전문 역량을 빛을 발했다. 오랜 기업금융 경험을 기반으로 거래 마다 갖고 있는 리스크 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인프라 사업 등 안전 자산 위주로 신디케이션론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올해 6월말 기준 우리은행 뉴욕지점의 대출 자산은 14억600만달러로 2021년말(9억2500만달러) 대비 52% 증가했다. 이중 신디케이션론 등 IB부문의 비중은 약 70%다.

권 지점장의 임기 내 목표치는 5억달러 추가 확대다. 최종 목표 대출금은 약 20억달러로 임기 전 대출금의 두 배 규모다.

권 지점장은 "지난 2년동안 우량자산 위주로 대출 자산을 잘 늘려온 결과 문제가 생긴 거래는 하나도 없었다"며 "자산 증가 속도는 빠르지만 CRE(상업용부동산) 대출 위주가 아닌 인프라 사업 등 안전 자산을 위주로 취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동일한 기조로 우량 자산 위주 성장을 이뤄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기 중 10억달러 이상 대형 딜을 1건 이상 주선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혹은 비슷한 규모의 서브 주선에 참여하는 등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기업이 관련되지 않은 사업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이른 바 '진검승부'를 벌여 경쟁력을 입증해야 진정한 시장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계 기업과 관련된 발전 사업을 주선한 경험은 있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주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시장 내 자체 네트워크, 역량 등을 활용해 경쟁해 딜을 따오고 다른 금융사에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결국 대형 딜 주선은 유사시 해당 조달 금액을 모두 자체 소화할 수 있는 자본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글로벌 대형사와는 아직 격차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장기적 관점의 지원과 기다림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은행 뉴욕지점만의 강점으로는 조직 안정성을 꼽았다. 1990년대 입행한 현지 직원들의 다수 지점에 남아 있어 신입단계 직원들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신입 단계를 지나 중간 관리자급으로 넘어오는 세대교체 등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중이다.

권 지점장은 "인력 이동이 매우 잦은 시장이지만 그 와중에 30년 넘게 장기 근속 중인 직원들도 다수 있다"며 "직원들의 손바뀜이 잦다보면 당국 검사나 이슈 발생시 대응력이 떨어지게 되지만 현재 우리은행은 그런 부분에서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참급 직원과 중간 관리자, 신입 단계 직원들의 비율이 적당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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