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VC 로드맵]맹두진 에이티넘인베 사장 "균형감 필요한 시기""투자부문 체제 안착 성과…'열정과 역량', '가능성과 성과' 밸런스 고려해야"
최윤신 기자공개 2025-01-31 08:43:16
[편집자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국의 정권교체를 비롯해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때보다 큰 상황이다. '혹한'을 견뎌 온 VC업계에는 큰 긴장감이 감돈다. 더벨은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VC 수장들이 가진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하우스별 펀딩과 투자, 회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24년 한국 VC가 '가보지 못한 길'에 첫 발을 내딛었다. 전에 없던 규모의 대형펀드를 운용하기 위한 방법론을 수없이 고민했고, 이를 통해 수립한 전략을 실제로 가동시킨 첫 해였다. 구상한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가동됐다. 불확실성이 만연했던 시장 상황속에서도 펀드 규모에 걸맞은 투자를 단행했고, 투자금액과 밸런스를 맞출만큼의 회수 실적도 거뒀다.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딥테크 부문대표 사장(사진)은 최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투자부문 제도를 안착시켰고, 리스크·컴플라이언스·조합관리 등 하우스 전반의 체계가 함께 성장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회상했다. 이어 "변화가 점점 빨라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균형감'을 갖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올해의 방향성을 밝혔다.
◇'다른 VC가 할 수 없는 투자' 소명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3년 말 메가펀드를 결성한 직후 △딥테크 △서비스·플랫폼 △바이오 △게임·콘텐츠 등 4개의 투자부문을 만드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중 딥테크 부문을 이끌고 있는 맹 사장은 신기천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하우스의 운영 전반에서도 폭넓은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맹 사장은 "투자 심사역량을 전문화하고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 부문제도를 만들었는데, 투자부문별로 고른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스템이 잘 안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각 부문에서 고른 투자 성과를 기록했다. 딥테크와 서비스·플랫폼, 바이오 부문이 각각 약 700억원가량을 투자했고, 게임·콘텐츠 분야에선 2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그는 메가펀드의 의미에 걸맞는 투자가 이뤄졌다고 자부했다. 맹 사장은 "8600억원 펀드를 만들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다른 하우스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졌다"며 "정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타트업, 대한민국 테크 생태계에 꼭 필요한 회사에 의미있는 자금을 투입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단행한 수백억원대의 상장사 투자건들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투자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비상장 당시에 투자했던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에이비엘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300억원을 투자했다.
맹 사장은 "비상장 당시에 인연을 맺어 상장까지 끌고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에도 조단위 회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상장사에 투자하는 자본들이 있지만 이 회사들이 가는 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투자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금액을 투자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그는 올해 투자환경이 VC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그리 나쁜 환경은 아니라고 바라봤다. 맹 사장은 "벤처 투자는 결국 새로운 산업과 혁신에 투자하는 것인데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빠른 변화의 속도에 맞춰 스타트업과 VC가 잘 역할을 한다면 좋은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토대는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매크로 경제 상황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만 정말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에겐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맹 사장은 "경기가 좋아 제조공장이 풀 캐파(full capa)로 돌아갈 때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가 어렵다"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쉬는 라인이 생길 때 새로운 소재와 공정을 테스트할 수 있는데, 준비된 스타트업들은 여기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VC가 우려하고 있는 회수 시장 경색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규제기관의 상장심사나 시장이나 수익성을 중요시 여기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스타트업들이 잘 적응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펀드레이징 시장의 어려움에 대해선 깊이 공감했다. 맹 사장은 "작년과 올해 펀드레이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차가운 것 같다"며 "시장 전반의 캐시플로우(현금 유동성)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부문 관통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그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올해 집중하는 키워드로 '글로벌'을 꼽았다. 그는 "딥테크를 포함해 모든 투자부문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돌아보면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었다"며 "글로벌 경쟁력으로 글로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딥테크 부문에서 관심을 가지는 섹터로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언급했다. 그간의 소프트웨어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세상에서 AI가 물리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그간 투자해온 로보틱스 기업들과 자율주행기업들을 포함해 AI를 통한 물리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곳에 딥테크 부문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VC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균형감'이 필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환경은 급격하게 변했고 매크로 경제환경과 정치환경들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균형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창업자들에게는 열정과 역량의 밸런스가 필요하단 게 그의 생각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창업가의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많았지만 유동성이 줄어들고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아진 현 상황에선 자신과 팀이 가진 역량의 밸런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VC 심사역들은 가능성과 성과의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 맹 사장은 "투자를 단행할 때 창업팀이 꿈꾸는 꿈의 크기와 함께 이들이 실제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를 균형감있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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