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모인 채권시장 "증권채만 캡티브 무풍지대" 동업자 정신…부동산PF 우려 경감·실적 호조도 한몫
김슬기 기자공개 2025-03-04 07:27:0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14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공모 회사채 시장으로 1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모이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에서의 과도한 영업 경쟁으로 인해 실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합리적인 금리 수준에서 입찰이 이뤄진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째 증권사 캡티브 영업이 심화됐고 발행그룹별로 요구사항도 제각각인 탓이다.그럼에도 IB업계 관계자들은 증권회사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시장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든 회사가 발행금리를 얼마나 줄이는지는 중요하지만 각자의 사정을 잘 아는 터라 무리한 요구가 없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수요가 모인다는 설명이었다.
◇치열한 증권채 경쟁률, 평균 9.3대 1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액 기준으로는 총 1조7500억원이었고 수요예측 당시 16조2900억원이 모였다. 경쟁률로 따지면 9.3대 1 정도다.

증권채는 AA등급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한 곳 중심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줄어든 데다가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요가 대폭 확대됐다는 평이다. 전 발행사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발행사 민평금리 대비 언더 발행이 가능했다.
증권채뿐 아니라 올해 들어 수요예측을 진행한 발행사들의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액 15조3660억원에 96조696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경쟁률로 보면 6.29대 1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6900억원 모집에 91조3350억원이 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입찰이 더 거셌다고 볼 수 있다. 경쟁률은 5.8대 1 이었다.
AA 등급 발행사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조4850억원 모집에 63조5680억원이 모이면서 5.53대 1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1조9350억원 모집에 78조2718억원(6.56대 1)이었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이 역대급 수요를 기록했음에도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올해 역시 활황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절대금리 수준도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80bp(1bp=0.01%p) 이상 낮아졌다.
◇회사채 시장 착시, 증권사 수요예측은 예외
현재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캡티브 영업이 성행하면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통해 실제 시장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계열사인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의 수요예측 참여를 약속하기도 하고 증권사 내 FICC, 리테일 등 다른 파트도 수요예측에 동원되는 구조다.
발행사의 체면치레를 위해 가상의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수요가 1조원을 넘겼는지, 혹은 1조5000억원이 모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발생사들이 이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령 금리밴드 상단인 +30bp에 주관사의 계열사 계정을 통해 자금을 투입, 입찰은 받지 않고 경쟁률만 높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행사의 입찰 경쟁률이나 금리 수준이 왜곡되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AA급의 우량 발행사들도 자존심 때문에 금리나 수요를 맞춰달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발행사별 민평금리나 등급별 금리 등이 크게 의미가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증권사 수요예측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는 평이다. 증권사 역시 여타 발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주관사단을 대형화하는 모습이지만 이는 캡티브 영업보다는 동업자 정신에 기반한다는 후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서로 주관 실적을 십시일반 도와주는 것이다. 대신 인위적인 수요나 금리 요구도 거의 없다는 평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재무 파트 역시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로 낮출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지만 일반 발행사처럼 가상의 수요를 만들거나 금리 수준을 어디까지 맞춰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며 "시장 흐름을 보려면 증권사 입찰 결과를 보는 게 더 확실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딜
-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P-CBO 포함 '3000억 육박' 시장성 조달 어쩌나
- [대체거래소 시대 개막]'기업 고질적 관행' 올빼미 공시 사라질까
- [대체거래소 시대 개막]'블록딜 개념 삭제' 대량매매 시장 선점할까
- [Deal Story]CJ프레시웨이 공모채 흥행, 외형성장 기대감 컸다
- '로펌 유일' 지평 PE팀, 사모펀드 동반자 입지 다진다
- 넥슨, '7000억 몸값' 글로벌 명품 유모차 '스토케' 판다
- '사실상 우협' 그리니치PE, 차파트너스 버스회사 품나
- 'EY한영 사임 가닥'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평가기관 대안 있나
- LS그룹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주관사…'6파전' 윤곽
- [Market Watch]상승세 올라탄 로봇주, IPO 대기주자들 '반색'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P-CBO 포함 '3000억 육박' 시장성 조달 어쩌나
- '젝시믹스' 브랜드엑스코퍼, 3000억 매출 보인다
- 100조 모인 채권시장 "증권채만 캡티브 무풍지대"
- '이수연 단독 체제' 브랜드엑스, 7년 연속 성장 가시화
- [Deal Story]하이트진로 공모채, 수요보다 빛난 금리 'AA급' 평가
- 5년물 회사채 발행 하이트진로, 차입 장기화 '자신감'
- [Credit Forum 2025]크레딧 시장 불확실성 지속, 투자 확신은 일러
- [IB 풍향계]안도하는 NH, '현대차·이수페타' 유증 끝보인다
- [풋백옵션 모니터]한국증권, 반토막 아이지넷 주가에 '노심초사'
- 조단위 수요 HD현대인프라코어, 연타석 흥행 이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