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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시중은행 신용등급 '민 낯'은 정부 우산 벗기면 AA0급에 그쳐…국가 신용등급에 '짐'

김은정 기자공개 2009-10-20 11:12:11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0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디스는 올해 초 국가(A2) 보다 높은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유동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은행의 신용등급을 정부보다 높게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지원 의지와 능력'을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특히 외화 유동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등급을 내릴 태세였다. 결국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헐어 은행에 공급하고 신규 외채에 보증을 서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수혈했다.

그러자 신용평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에 이어 국가 신용등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정부가 나서 은행을 구했지만 은행에 대한 지원의 정도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 신용등급의 하향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시중은행 신용등급 '속빈 강정'…기초 체력 취약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따지는 척도로 국제신용평가사가 발표하는 재무건정성 등급(BFSR)이 있다. 무디스의 경우 △주주 및 지배구조 △경영관리능력 △프랜차이즈 가치 △수익기반다각화 △제반 환경 전망 등의 비계량적인 요소와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자본조달 및 유동성 등을 반영해 BFSR을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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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의 평균 BFSR은 평균 C-로 평가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D+, 산업은행과 수산업협동조합(신용사업)은 각각 D와 D-다. 우리나라 은행의 평균 BFSR은 국가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한 노치(notch) 낮은 말레이시아(A3)와 같다.

BFSR이 평균 C-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편인 영국과 일본 외에는 오만·바레인·카타르·이스라엘·슬로베니아·그리스 등이다. 터키·캄보디아·크로아티아·헝가리·페루의 평균 BFSR(D+)과도 1노치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채무 등급 보다 BFSR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은행(시중은행·특수은행·지방은행)의 명목순이자마진(NIM)은 줄곧 내리막을 타더니 올해 1%대로 떨어졌다. 장기적으로는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해운·조선·건설 등 위험업종에 대한 대출 쏠림으로 한번 부실이 발생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부동산담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부동산가격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좌우된다. BIS자기자본비율은 높지만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하면 선진국 은행에 뒤떨어진다. 최근 국제적으로 후순위채의 자본성을 인정하지 말자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업종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와 취약한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원을 배제한 국내 은행의 체력이 해외 은행에 비해 약하다"며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익스포저 등을 감안하면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외 은행은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분산돼 있는 데 비해 국내 시중은행 같은 경우 국내에 집중된데다 은행간 경쟁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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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배제, 국내 신용등급 AA0~AA+급?

시중은행의 국내 신용등급은 모두 AAA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배제한다면 AA0~AA+급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채권사업부 연구위원은 "은행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은행계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이 대부분 A+ 수준에 수렴하고 있다"며 "이들의 채권 수익률이 평균 A-로 평가되는 점을 볼 때 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2~3노치 정도인 셈"이라고 말했다. 캐피탈사 자산의 질이 은행보다 떨어지는데다 규모 자체가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의 실제 등급을 AA0~AA+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재열 한국기업평가 금융공공실장은 "시중은행의 채무상환 능력은 결국 유동성과 자본적정성이 관건"이라며 "은행채와 양도성계금증서(CD) 발행 등 시중은행의 시장성 조달 비중이 커지면서 원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BFSR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이 경기순환에 영향을 받아 수익성 진폭이 큰 점 역시 BFSR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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