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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이여, 글로벌 자본가가 되자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8-02-05 08:31:58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1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 가지 이슈를 생각해보자. 만일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트럭 운전수는 어떻게 될까? 모두 자율운행을 하지 않더라도 20대의 트럭을 운전하면서 맨 앞의 차는 사람이 운전하고 뒤에 차들을 자율운행으로 따라 오게 할 수도 있다. 마치 기차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그리고, <21세기 자본>에서 토마 피케티는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장기적으로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계속 적은 몫을 받아야 하는가?

200년 전에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때, 급기야 1811년 이른바 러다이트(Luddites)로 불리는 기계파괴운동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기계를 소유한 자본가들은 부를 축적해가면서 신흥계급으로 떠올랐다. 만일 이때 기계를 부수는 대신 노동자가 자본을 소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자본가가 가진 자본을 나누어 가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소득과 삶은 개선됐을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근로자의 당혹스러움은 1차 산업혁명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래에 살아 남을 직업을 예측해서 대응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10년, 20년 후에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로이 부각될 것인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트랜센던스>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여기에 반대하는 테러 집단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죽게 한다. 이전에 기계를 부수듯이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부숴야 할까?

시대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준 교훈이다. 변화에는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이 보여 준 생존전략이다.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내부화 전략을 눈 여겨 볼만 하다. 기업은 자신의 시장을 위협하는 영역에 대응하기 위해 그 사업영역을 내부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모바일 구매가 TV 홈쇼핑의 경쟁자로 나타나자 홈쇼핑 회사가 모바일 쇼핑 사업을 같이 해 버린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이 경쟁자로 떠오르자 비싼 가격을 주고 사버렸다.

근로자도 로봇이 위협이 되면 로봇을 소유해버리면 된다. 로봇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가지면 된다. 자동차 엔진과 관련된 일을 하는 근로자는 전기자동차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도 있다.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 된다. 나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로봇이 무엇이 될지 조차 헷갈린다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혁신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면 된다.

펀드를 활용하면 적은 돈으로도 다양한 기업의 주식을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기술 위주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으면, 이 펀드에 투자해 관련된 많은 기업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이처럼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유망한 글로벌 신기술 기업을 보유하면 근로소득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헤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혁신이 급격히 진전되면 자신의 임금이 낮아지거나 일자리가 불확실해지는 반면 해당 기업의 이익은 많아진다. 이때는 근로소득은 낮아지지만 보유한 자본의(주식의) 수익이 높아져서 근로소득 손실을 벌충할 수 있다. 환경이 예상보다 덜 혁신적으로 변하여 여전히 나의 일자리는 튼튼하고 로봇을 만들던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투자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내 일자리가 유지되어 전체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근로자가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연금(연금저축, 퇴직연금)이다. 연금은 개인이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기펀드다. 이렇게 긴 장기펀드에는 장기투자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에는 글로벌 혁신기업이 적합하다. 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주로 운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마르크스는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했지만, 이제 노동자는 글로벌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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