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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밸류에이션의 비밀]미래수익까지 '영끌'...적자 바이오 기업 선택지 'PER'④신라젠·헬릭스미스 등 바이오 기업 추정 순익 모두 '미달'

오찬미 기자공개 2023-03-31 13:41:48

[편집자주]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은 왜 각기 다른 밸류 산정 방식을 사용할까. 업종에 따라, 그리고 비교되는 경쟁기업들을 선택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찌됐든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자사의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비교가치 평가방법론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의 신화를 만들어낸 비교가치 평가방법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주가수익비율(PER·P/E)이다. PER은 적자 기업이 사용할 수 없는 지표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적자 기업이 미래 발생할 순이익을 당겨서 상장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책정하는 PER은 선별적 투자 기준이 되는 지표였으나 갈수록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PER이 낮을수록 기업이 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다고 평가된다. 다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는 피어(비교그룹)의 PER이 높아야 상장 기업의 몸값이 높아진다. 이때문에 주가가 폭등한 섹터일수록 적용 PER 배수는 상당히 높게 형성된다. 통상 PER이 30배 이상이면 고평가됐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문제는 PER을 30배 미만 수준에서 유지하더라도 그 전 단계인 미래 추정 순이익이 허황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밸류에이션 거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게 PER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바이오 기업이 제시한 추정 순이익, 실현 가능성은 '글쎄'

PER(주가수익비율)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대표적 평가방법이다. 순이익 기준으로 비교가치를 산정하기 때문에 순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과거 바이오 신화를 만들어 낸 신라젠, 헬릭스미스부터 적자 기업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아온 지표 역시 PER이었다. 실적에서 미래 '추정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손쉽게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적자 기업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주가 변동성이 상당한 바이오 기업, 2차전지 관련 기업, 로봇 기업, 콘텐츠 기업에서 피어그룹의 PER이 한때 100배까지 상승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피어그룹의 주가가 순이익 대비 높게 형성될수록 다른 평가방법 대신 PER을 택했을 때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효과가 컸다. 이익미실현 기업 특례(테슬라 상장) 트랙을 밟는 기업은 현재 적자이지만 조만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지를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PER을 선택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추정 실적의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개발중인 R&D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공, 파이프라인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 등 실적 달성을 위해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은 데다 마지막 임상 3상 단계에서 실패할 확률도 크다.

라이선스 아웃했던 기술이 반환되는 경우도 있다. 기술평가까지 받아 상장을 하지만 현재 신약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은 우려를 높인다.

◇신라젠도 택한 'PER'…추정 실적은 '미달'

2016년 12월 상장한 신라젠은 미래 추정 이익에 기대 PER로 상장했지만 R&D파이프라인의 임상 실패로 추정 순이익의 근사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상장 당시 신라젠은 2020년 1038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해 무려 4년 후 추정 실적을 도출해 상장을 했다. 하지만 손실 규모는 줄곧 500억원대에 유지됐고 2019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1100억원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2020년이 됐을 때에는 순손실 478억원을 냈다.

신라젠이 상장할 때 택했던 피어는 한미약품 녹십자, 부광약품이었다. 모두 국내 전통 제약 회사들로 다국적 제약 회사의 신약에서 염을 변경해 제네릭 제품을 팔아왔던 만큼 실적 기반이 달랐다. 당장 제품을 팔 수 없는 바이오사와는 거리감이 큰 분명히 다른 업종이다. 그나마 신라젠은 일양약품, 녹십자셀의 PER이 각각 98.3배, 530.2배로 너무 높게 형성되자 이들을 마지막 피어에서 제외하는 양심적 행보를 택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신라젠이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모델의 성공 확률이 희박했다는 점이다.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a virus) 항암 치료제를 개발해 판매 수익을 얻거나 원천기술의 기술이전, 공동개발로 인한 수익이 신라젠의 기대 수익원이었다.

상장 당시 신라젠이 보유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중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후보군은 펙사벡(Pexa-Vec; Pexastimogene devacirepvec)이었는데 간암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상업화를 계획했다. 하지만 결국 간암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임상 실패로 귀결됐다.
<헬릭스미스 피어그룹 PER >
◇높은 바이오사 PER, 헬릭스미스 상장시 PER 100배 웃돌아

2005년 상장한 헬릭스미스가 밸류에이션을 위해 도출했던 피어그룹의 적용 PER 배수는 무려 46.09배로 더 높다. 헬릭스미스가 택했던 피어그룹은 쎌바이오텍, 에스디, 에스텍파마, 바이넥스 4곳이다. 통상적으로 상장 직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피어 기업들의 적용 PER 배수를 도출하지만 헬릭스미스는 2004년 적용 PER 37.60배를 단순 적용하는 대신 2005년 3분기 실적을 연환산해(*3/4) PER 멀티플을 더 높였다.

이때 순이익이 낮게 나온 쎌바이오텍(6억원), 에스텍파마(6억원)의 PER이 각각 68.54배, 78.23배로 도출되면서 평균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2004년에도 상대적으로 순이익이 낮게 나온 바이넥스(12억원)에서 PER이 71.08배로 높게 나와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피어의 추정 순이익이 낮을수록 적용 PER 멀티플이 높아진다는 게 몸값을 부풀리는 '묘수'였다.

여기에 헬릭스미스는 3년 후인 2008년 추정 순이익을 90억원으로 제시해 밸류에이션을 도출한다. 하지만 실제 2008년이 되었을 때 연간 기준 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후에도 줄곧 순손실이 유지됐고 2011년에는 순손실이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2019년에는 순손실이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2020년 -856억원, 2021년 -526억원, 2022년 -431억원으로 아직까지도 순손실이 상당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상장을 위해 부풀렸던 실적 추정치는 거품이 꺼지자 투자자들에게 청구서로 돌아왔다.

상장 당시 헬릭스미스가 인정받았던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한 자체 PER은 100배가 넘는다. 증권신고서상에서 헬릭스미스는 기준 주가(공모가 밴드하단 1만4000원)를 2005년 상반기 순이익 연환산 값으로 나눌 경우 PER이 106.04배가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확정된 공모가격인 1만5000원으로 순이익을 나누면 PER은 113.6배까지 상승한다.

물론 헬릭스미스는 당시 연간 기준(2004년) 순손실을 내는 회사였기 때문에 미래 추정치가 아니고서는 PER 평가방법론 자체를 사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IB업계에서는 임상 3상의 성공 가능성을 확률로 곱해서 밸류에이션을 결정해 놓고 이에 맞춰 PER을 적용하는 것 또한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관행상 이같은 절차를 따르고는 있지만 바이오 기업들이 희박한 신약 성공률로도 밸류를 얼마든지 높여 상장할 수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이 PSR 등의 평가방법을 사용하면 오히려 시장에서 더 안 좋게 보기 때문에 PER 지표를 쓸 수 밖에 없는데 바이오 업종의 PER은 20~30배 수준에서 통상 정해지지만 추정 순이익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그들이 내세우는 추정 순이익은 사실상 99% 안맞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 맨 처음 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할 때 임상 3상까지의 신약 성공 가능성을 확률로 곱해 기업가치를 더하는 계산식을 사용한다"며 "기술이전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실적이 올라오긴 하지만 임상 3상을 통과해서 시판까지 가는 과정은 너무 먼 얘기이기 때문에 사실은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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