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0년대 경기불황 속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터지자 수정자본주의 실패를 지적하고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한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시장의 자유 기능으로 규제완화를 중시한다. 국가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을 악화시킨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대표 조직인 한경협도 '시장경제 수호자'를 표방한다.그런데 최근에 만난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자유시장 경제와 정반대로 '제재'를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해서 제살 깎아먹기를 못 하게 규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러다 다 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면세업계가 주장하는 규제는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달라는 내용이다.
사정은 이렇다. 국내 면세업계는 그간 중국 보따리상 ‘따이공’과 여행사에 매출액의 일정 퍼센트를 수수료로 지급해 왔다. 패키지여행에 쇼핑센터 등이 포함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일종의 알선 대가로 업계에서는 흔한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사드 및 팬데믹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업계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따이공 의존도가 높아만 갔다.
설상가상 코로나19 기간 초신성 하이난 면세점까지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휴양지인 하이난을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본격적으로 키웠다. 1인당 면세 한도를 대폭 늘렸고 면세 품목을 확대하며 중국 내국인 수요를 공략했다.
이러한 배경 속 국내 면세업계는 파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따이공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올렸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송객수수료는 10%대 중후반에서 지난해 말에는 매출 대비 40%대 후반으로 증가했다. 당연히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매출액은 5조300억원, 영업손실 140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도 영업이익률이 0.05%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으로 면세업 환경이 기이해진 만큼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은 필요하다. 다만 그 이전에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깊게 공감한다. 결국 송객수수료 싸움도 피(fee)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업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다. 규제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건 면세점 스스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시도와 바잉파워 등을 키우는 행동력이 아닐까 싶다. 지속가능한 면세업의 가치를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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