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동일 전 사장이랑 아홉 살 차이예요. 우리 회사에선 상상도 못 하죠."최근 취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담당자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신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조회사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으려나.' 새삼 생각했다.
실제로 첫 타자인 현대차그룹은 예상보다 큰 폭이었고 파격이었다. 특히 전임과 아홉 살 차이 나는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사장이 새 시대를 열었다. 두 번째 타자 LG그룹은 더 인상적이다. 전임과 열두 살 차이 나는 김동명 신임 사장이 LG엔솔의 얼굴이 됐다.
사실 젊고 건강한 회사에 대한 고민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제조회사들이 어떤 곳이던가. 숙련된 경험은 물론 집단의 규범을 가장 중시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열 살 차이 선후배를 전등 스위치 켜고 끄듯 바꾸며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다.
그러다 신임 사장들의 이력을 다시 한번 살폈다. 현대차 CFO 중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낸 인물이 서강현 현대제철 신임 사장이다. 김동명 LG엔솔 신임 사장은 LG연구개발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할 만큼 그간 업계 안팎에서 배터리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다.
전임의 영광에 묻어가려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들이다. 이렇게 보니 선임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절제된 태도에서 벗어나 이들이 어떤 사업 전략과 비전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자신의 색을 고스란히 드러낸 방식으로 말이다.
더욱이 능력도 능력이지만 깔린 판을 구경하는 것 또한 새롭다. 허허벌판에서 느닷없이 인재가 나온 게 아니다. 정의선, 구광모 회장이라는 리더가 자기 세대 인력들이 마음껏 능력을 낼 수 있게 판을 만들자 마침내 뛰어난 사람이 부각됐다.
인사 시즌이 한창이다. 삼성과 SK그룹 등은 다음 달 초 사장단·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다시 믿음을 보이는 제조회사가 있는 반면 현대차와 LG처럼 강산이 한번 변할 세월 차이의 후배가 바통을 이어받기도 한다.
숫자를 딛고 있어선 스토리만이 꼭 성공의 방정식은 아닐 테다. 다만 새로운 이름들이 그저 잘했으면 한다. 그래서 이런 변화는 상상조자 못 했던 다른 제조회사들 또한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당찬 생각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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