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뭐든 그렇다. 첫눈에 이거다 싶은 게 있고 처음엔 좀 애매했는데 날이 갈수록 좋은 게 있다. 이도 저도 아니었는데 막판에 돌이켜보니 좋았던 거 같을 수도 있다. M&A 역시 마찬가지다.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이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 왜 샀을까. 넓게 보면 타이어나 공조 부품이나 완성차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날 거 같지만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완성차 하나로 묶이기엔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만 3만개다. 공조 부품은 공조 부품이고 타이어는 타이어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M&A를 되짚어봤다. 10년 전 기사를 우연히 발견했다. 2014년 국내 100대 기업의 CFO에게 물은 결과 1위는 현대차의 기아 인수가 차지했다. 그때부터 이미 잘나갔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2위는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였다. 예나 지금이나 그룹의 명운을 바꾼 단 하나의 순간을 꼽는다면 모든 걸 제치고 무조건 꼽힐 만한 거래임에는 틀림없다.
3위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 인수가 꼽혔는데 두산그룹은 불과 2~3년 전 두산에너빌리티발 유동성 위기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 고생을 했는데' 싶긴 했지만 어찌됐든 그룹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한 획을 그은 M&A는 맞는 듯하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SK하이닉스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SK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두산과 두산건설 주가가 모두 급등했다.
옛날 얘기를 꺼낸 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단행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을 향한 시장의 반응이 애매해서다. 그룹의 체질을 단번에 바꿀 '한방'을 기대하던 이에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사실 들여다볼수록 시너지보다는 한온시스템의 안정성에 점수를 준 듯하다. 10년 사이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에서 1조3000억원대를 오가며 들쑥날쑥하는 사이 한온시스템은 최근 2년을 제외하면 3000억~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비교적 꾸준히 내고 있다. 글로벌 2위로서 시장 지위 역시 7위 한국타이어보다 확고하다. 불안한 본업을 메울 안정적 사업에 시선이 간 게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었다는 얘기다.
M&A에 정답은 없다. '신의 한 수'로 불렸어도 애물단지가 돼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았지만 그룹의 간판으로 성장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많다. 신성장동력 확보, 시너지, 그룹의 체질 개선 등 굳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M&A를 할 이유는 차고 넘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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