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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학사는 지금]'업황 둔화' 무색한 KPX케미칼 성적표①SK피유코어와 국내 PPG 시장 양분...보수적 투자에 재무구조도 탄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5-16 1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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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래 석유화학 업황 둔화는 주요 기업들의 판매 감소, 공장 가동률 하락, 이윤 저하를 불러왔다. 문제는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소재를 수입해 쓰던 중국이 수년간 기초소재와 중간원료 등의 자급률을 높인 결과다.

KPX홀딩스 계열의 중견화학사 KPX케미칼의 실적을 보면 '극한 상황'까지 왔다는 석유화학사들의 비명이 무색하다. 업황 저하가 본격화한 2021년에 KPX케미칼은 연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446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영업이익률이 4%포인트 이상 줄어든 4.38%를 기록하긴 했으나 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로 돌아선 다른 석유화학 기업에 비해 양호한 성적이었다. 2022년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거뒀고 작년에는 영업이익률이 6%대까지 회복됐다.

이는 KPX케미칼의 높은 시장 지위와 연관이 있다. KPX케미칼은 1974년에 설립(당시 한국포리올)된 장수 기업이다. 주요 제품은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이다. PPG는 폴리우레탄의 주원료로 가구와 침구, 차량, 가전, 건자재 등 여러 산업군에 사용되는 소재다.

KPX홀딩스의 모태인 국제그룹은 신발 제조에 필요한 폴리우레탄과 원료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KPX케미칼을 설립했다. 국제그룹이 왕자표 신발(운동화·고무신 등), 프로스펙스 등의 신발을 제조하던 때다.


KPX케미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PPG를 1975년에 국내 최초로 생산한 이후 현재까지 PPG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 PPG 제조사는 KPX케미칼 외 SK피유코어(SKC계열), 금호석유화학, 한국바스프 등 4개사뿐이다.

이 중 금호석유화학은 PPG 사업이 주력이 아니다. 한국바스프는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해외 지사에 보내 내수 시장과 무관하다. KPX케미칼과 SK피유코어가 국내 PPG 시장을 절반씩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PPG는 총 77만3000톤이었는데, KPX케미칼이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29만8000톤(약 39%)을 생산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PPG의 경우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물성을 맞춰야 하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KPX케미칼이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에 타격이 적은 건 제품 판매와 원재료 공급 사이드에서 국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KPX케미칼 연결매출에서 내수 비중은 74.3%다. 중국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전체의 17%다.

KPX케미칼은 PPG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산화프로필렌(PO)을 에쓰오일 온산공장으로부터 들여온다. KPX케미칼은 기존에 SKC로부터 PO를 공급받았으나 SKC가 PPG 사업에 진출한 이후 불편한 동거를 이어오다 2018년 에쓰오일이 다운스트림 시장에 진출해 PO를 생산하면서 거래선을 변경했다.

덕분에 KPX케미칼은 이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에쓰오일과 계약 시 PPG 가격을 PO 가격에 연동하는 내용을 포함해 국제유가에 따라 출렁이는 수익성 변동 폭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시장 지위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탄탄한 재무구조에서도 볼 수 있다. KPX케미칼은 최근 10년 내내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실질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790억원, 총차입금은 712억원이었다.

2021년에 PPG 설비 증설과 공정개선을 위해 443억원을 투자한 것 외에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없어 잉여현금흐름도 항상 플러스(+)였다. 2021년을 제외하면 KPX케미칼의 차입금의존도는 항상 한 자릿수였고 부채비율도 30%를 넘지 않은 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국제그룹이 해체 위기를 겪은 이후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KPX케미칼의 성장동력인 CMP 패드 사업은 삼성전자의 2027년 평택 공장 대규모 증설에 맞춰 투자가 늘어날 여지는 있다. CMP패드는 웨이퍼의 표면을 매끈하게 연마하는 데 쓰이는 소모품이다. KPX케미칼은 2015년 삼성전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CMP패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이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CMP패드 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약 7~8% 수준(올 1분기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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