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코스닥 기업 자사주 현황을 취재하며 돌연 이 문장이 떠올랐다. 자사주 소각의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 단 하나지만 처분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했다. 임직원 상여금 지급이 가장 많았고 종속기업 유상증자 자금 조달이나 운영자금, 투자금, 교환사채 발행,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다양한 이유로 자사주 카드를 꺼냈다. 자사주는 그동안 최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활용되는 단골 손님이기도 했다.
최근 자사주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한국 기업의 낙후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사주는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직전 연도보다 배당을 크게 확대하거나 자사주 소각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하겠다고 했다. 고배당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율을 현행보다 낮게 부과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추진한다.
상장기업 밸류업을 위한 새로운 공시 통합페이지도 출범했다. 핵심 목표는 주주환원 제고다. 기업 가치를 올려 주주배당을 더 많이 하거나 자사주 매입 혹은 소각 비중을 확대하는 등 주주 친환적인 정책을 더 많이 제시해야 하는 게 기업들의 미션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직 자사주 소각이 의무는 아니니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이 곳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결국 임직원 상여를 위해 자사주를 뿌렸다.
S&P 500 전 종목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을 △매출 성장 △마진 개선 △밸류에이션 △자사주 매입 △시가총액으로 회귀분석한 결과 중장기적으로 주가 성과에 미친 영향력은 매출 성장, 다음으로 자사주 매입이 컸다고 한다. 발행 주식 수를 1% 줄일 때마다 정직하게 수익률 1% 개선이 이뤄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해묵은, 그러나 국가 차원의 과제다. 하루 아침에 모든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결정을 기대할 순 없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소각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사주 소각과 매입 요구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자본시장, 기업 가치 재평가를 위해선 기업의 이익이 투자자들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저마다의 이유'로 언제까지 눈을 감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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