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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롯데그룹, '끝나지 않은' 크레딧 리스크롯데지주·롯데케미칼, 등급전망 '부정적' 조정…2년째 하방 압력 지속

백승룡 기자공개 2024-07-22 13:54:16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도 ‘태풍의 눈’은 롯데그룹이다. 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강등된 데 이어 1년 만에 재차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이 여파로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롯데그룹이 크레딧 리스크에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방 압력 지속…실적 부진, 무리한 인수, 과중한 투자

롯데그룹의 신용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롯데케미칼은 중국의 수요부진 등으로 석유화학 수급이 악화되면서 2022년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배터리 소재 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섰다. 인수금액은 2조7000억원 규모. 여기에 더해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자금대여, 유상증자 참여 등 약 6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도 이뤄졌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된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과중해진 것이었다. AA+의 높은 신용도를 자랑하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4분기 ‘부정적’ 아웃룩을 받았다. 차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듬해 초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단행했지만,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지난해 상반기 말 정기평가에서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AA+에서 AA0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본업인 석유화학의 업황 다운사이클은 회복되지 못했다. 올 1분기에도 연결기준 13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월 편입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간 영업이익이 101억원에 그쳐, 실적 상쇄 효과는 미미했다. 총 5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 투자도 집행되면서 재무부담은 지속 불어났다. 결국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강등 1년 만인 올해 다시 ‘부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저하라는 동일한 조건 속에서도 유독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정성 악화가 두드러지는 데 주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석유화학업계 ‘투톱’으로 불렸던 LG화학은 여전히 호황기 때와 동일하게 AA+(안정적)의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AA0에서 AA-로 한 차례 하향 조정되는 데 그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사 신용등급을 보유한 NCC 업체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중에서 롯데케미칼의 재무지표 저하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셀·소재,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정유사업 등 비석유화학 부문 비중이 높아 본업의 업황 저하를 일부 상쇄했지만, 롯데케미칼은 연결 매출 70%가 범용 석유화학제품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크레딧 부담…2년째 상향 조정 계열사 '0'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력 계열사들의 자체신용도를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롯데그룹 통합신용도를 산출하는데, 그룹 내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강등은 계열통합신용도 하락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계열통합신용도는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신용도의 근간이 된다. 실제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도 2년 전 AA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AA-로 낮아진 뒤 올해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아웃룩이 부여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과 같은 추세를 보인 것이다. 롯데지주가 현재 신용등급(AA-/부정적)에서 한 번 더 낮아지게 되면 A+로 비우량등급으로 분류된다.

또 계열통합신용도는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들의 계열지원가능성 반영 여부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사업·재무 안정성을 토대로 자체신용도를 산출한 뒤, 최대주주 등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1~2노치(notch) 상향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기업의 자체신용도와 최대주주 혹은 계열통합신용도 간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계열지원가능성을 인정받아 신용등급이 1~2노치(notch) 상향 조정됐던 기업들의 경우, 계열통합신용도가 낮아지면 계열지원가능성이 배제돼 자체신용도로 회귀할 수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의 신용도가 줄줄이 하향 조정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같은기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계열사는 그룹 내 한 곳도 없었다.

신용등급은 결국 자금조달의 질로 이어진다.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issuer)’로 꼽혔던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는 올해 ‘부정적’ 아웃룩이 붙으면서 공모채 시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 4월 2000억원 규모 만기도래 물량을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고, 롯데지주도 이달 435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두고 차환 발행을 고려했지만 상환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보유 현금 규모가 적은 롯데건설은 '부정적' 아웃룩에도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초에 이어 올해 초까지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으로 공모조달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지급보증 없이 자체신용도로 조달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조차 '부정적' 아웃룩을 달면서 지급보증이 투심 확보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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