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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업계는 지금]'북미 투자'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 이유는③솔루스만 진행 중, 재무구조 따라 갈린 SK·롯데 진출계획

김위수 기자공개 2024-07-18 08:13:55

[편집자주]

올해도 쉽지 않다.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전기차 시장 수요가 위축되며 동박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만이 아슬아슬하게 흑자를 내는 모습이다. 기대주로 촉망받았던 동박 사업은 왜 부침을 겪고 있을까. 더벨이 동박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전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박 기업들의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 개별 기업들 입장에서는 운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일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대신 이 기간을 미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고 있다. 증설 작업과 고객사 다변화에 집중해 이익 기반을 단단히 해놓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결국 동박 업체들의 투자활동이 북미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북미 사업이 성장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으로 북미 투자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나 SK넥실리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 3사의 입장은 모두 다르다.

◇'최초 북미 진출' 솔루스, 프리미엄 노린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14년 두산그룹이 룩셈부르크 동박 제조사 서킷포일을 인수하며 우리나라 기업이 됐다. 인수 직후 증설에 돌입, 현재 유럽 헝가리에 연산 1만5000톤 규모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솔루스첨단소재는 동박 기업 중 유일무이하게 유럽 현지에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이 됐다. 올해 중 헝가리 생산능력은 연산 3만8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럽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솔루스첨단소재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왔다. 고객사 확보에 있어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같은 국내 기업은 물론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까지 고객사로 두고 있다. 실제 2019년 대비 2023년 매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국내 3사 중 솔루스첨단소재가 61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유럽에만' 생산설비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약점이 되기도 했다. 솔루스첨단소재가 우리나라 동박 기업 중 가장 빠르게 실적 약세에 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2022년까지 매년 실적이 상승한 반면 솔루스첨단소재는 2021년부터 실적이 꺾였고 2022년에는 이미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오른 전력비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후 업황의 여파까지 겹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동박 기업들보다 일찌감치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둔 덕을 본 솔루스첨단소재는 북미 진출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현재 캐나다에 연산 2만5000톤 규모로 짓고 있는 동박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가동된다. 고객사인 배터리 기업들 역시 미국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산 동박에 대해서는 보복 관세 25%가 붙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북미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에 점유율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SK·롯데, 북미 투자 온도 차, 배경에는 '재무건전성'

솔루스첨단소재가 다른 동박 기업들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용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련업계에서는 스카이레이크가 솔루스첨단소재의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점유율 등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만큼 리스크가 존재하더라도 투자에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석유화학사였던 SKC는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이차전지 및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이차전지를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력하다. 현금창출력이 바닥인 데다가 시장상황이 언제쯤 개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북미의 경우 정치상황 등 각종 불확실성도 크다. 섣부른 의사결정으로 미래 사업 로드맵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투자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안정적 운영, 현재 진행 중인 유럽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단 재무부담이 턱끝까지 차오른 SK넥실리스와 달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사정은 여유로운 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7%, 차입금의존도가 9.3%로 낮은 편이었다. SK넥실리스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40%, 차입금의존도는 46.6%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지난 한 해 금융비용으로 쓴 금액은 145억원이었는데, SK넥실리스의 지난해 금융비용은 583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SK넥실리스는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7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RCPS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SK넥실리스와 다르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북미 투자 계획이 느리지만 진행 중인 배경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현재 북미 두 개 지역을 거점 후보로 놓고 비교 중이다. 반면 SK넥실리스는 북미 투자계획 자체를 재점검하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폴란드 공장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투자를 생각할 여력 자체가 부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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