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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기업 데드라인 점검]FI도 '느긋'...SK엔무브, IB와 접촉마저 뜸해졌다고평가 논란에 IPO 철회 불구 FI도 재촉 없어...실적 자신감, SK온에 든든한 자회사 역할

이정완 기자공개 2024-07-29 07:11:51

[편집자주]

2010년대 후반 유동성 파티가 벌어지던 시기 많은 기업이 신사업 육성과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와 유니콘 기업 기대주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그 대상이었다. 투자 받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기대만큼 사업이 성장하지 않았거나 우호적인 시장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결국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나타났다. 더벨이 IPO 데드라인을 앞둔 기업의 상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엔무브는 6년 전만 해도 고평가 논란으로 IPO(기업공개)를 철회해야 했다. 전기차 시대에 윤활기유 산업이 성장하겠냐는 의구심 탓이었다.

배터리 신사업 자금이 필요했던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궁여지책으로 IMM크레딧솔루션(ICS)에 지분 40%를 1조원 넘는 돈을 받고 팔았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만큼 ICS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시간은 흐르는데 IPO 움직임은 잠잠하다. 과거 IPO를 준비할 때 인연을 맺은 국내외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와도 관련 논의가 뜸하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업계에선 SK엔무브의 높아진 실적 자신감이 상장에 속도를 내지 않는 원인으로 분석한다. 오히려 전과 상황이 바뀌어 SK그룹 리밸런싱 과정에서 SK온에 SK엔무브를 합치는 방안이 거론될 정도다. SK이노베이션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자회사가 된 만큼 모회사와 재무적투자자(FI) 모두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2018년 상장 철회 후 IMM서 '1조' 유치

24일 IB업계에 따르면 약 2~3년 뒤 FI와 약속한 상장 기한이 도래하는 SK엔무브는 IB업계와 특별한 상장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SK엔무브는 과거 수 차례 상장을 시도한 경험이 있어 IB업계과 접점이 충분하다는 평이다.

SK엔무브는 2010년대 초반부터 증시 입성을 위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2013년 상장 움직임에 나섰지만 실적 저하로 절차를 중단했고 2015년에는 대표 주관사까지 선정해 상장예비심사까지 받았음에도 매각설로 인해 무산됐다.

2018년은 전과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2015년 선정해둔 대표 주관사단과 함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까지 실시했다. 당시 SK엔무브와 주관사단이 매긴 적정 시가총액은 약 5조8000억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10~30% 가량 할인해 10만1000~12만2000원의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는데 기관투자자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4조원 초반 밸류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미였다.

결국 자본시장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자 철회를 결정했다.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2021년 4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자회사인 ICS에 지분 40%를 1조1195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기업가치 3조3000억원 수준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도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 만큼 대가가 필요했다. 약정된 5년 기한 내 IPO 절차 미이행 시 일정 한도 내 배당 정책에 대해 의사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8년 내에 IPO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IRR(내부수익률)이 연 복리 2.5%에 미달하면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SK엔무브 주식을 함께 매각하는 공동 매도 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다.

IPO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만도 한데 감감무소식이다. 과거 상장을 위해 인연을 맺은 증권사 모두 "SK엔무브와 상장을 위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익성 개선 덕 '넉넉한' 배당 수익

SK엔무브가 조급해 하지 않는 배경으론 지분 매각 후 급변한 시장 환경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분 매각 후 고유가 기조가 시작되면서 윤활유 수출 판가가 상승했다.

전체 매출의 80%를 넘는 윤활기유 수출이 유럽·미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된 것도 주효했다. SK엔무브는 그룹Ⅰ~Ⅴ로 나뉘는 윤활기유 시장에서 고품질로 평가 받는 그룹Ⅲ 고급 윤활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덕에 올 들어 SK이노베이션의 적자 자회사인 SK온과 합병 후 상장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SK엔무브가 전기차 시대에 내연기관용 윤활유 회사가 성장할 수 있겠냐는 시선 탓에 2018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다만 이는 ICS에서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면서 무산됐다. 2대 주주인 ICS 동의 없이 합병이 성사될 수 없기에 SK이노베이션에서도 해당 절차를 접었다. ICS 입장에선 적자 자회사와 합쳐져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부족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분을 판 사람과 산 사람 모두 여유 있는 이유가 있다. SK엔무브는 기존 윤활기유·윤활유 사업에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을 더해 성장성을 인정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액침냉각 시스템 육성에도 한창이다. 2022년 말 SK루브리컨츠에서 SK엔무브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까지 잘 나오고 있으니 언제 IPO에 도전해도 지장이 없다는 평이다.


FI인 ICS도 재촉할 이유가 없다. 2021년부터 현금 배당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을 수령하고 있다. SK엔무브는 2021년 말 기준으로 4414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ICS 지분율을 고려하면 1765억원을 받았다. SK엔무브는 2022년 6170억원, 지난해 6436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ICS는 각 2468억원, 2574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ICS 입장에서도 회사 수익성이 워낙 양호해 회수 전략을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며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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