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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불황에 위축된 시장, 관리형 VC 필요성 커졌다"현동엽 블랙펄벤처스 대표 "방임형 투자는 한계, VC 투자 PE 참고해야"

감병근 기자공개 2024-09-09 08:06:0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함께 불황을 맞았는데 VC가 PE보다 위축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자율성, 창의성을 중시하는 VC와 달리 정석적 체계를 강조하는 PE가 위기에 강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VC도 투자 이후 전문성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왔다."

현동엽 블랙펄벤처스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더벨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블랙펄벤처스는 2021년 설립된 신생 벤처캐피털(VC)이다. 직방, 그린랩스 등에 규모 있는 투자를 진행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현 대표는 블랙펄벤처스를 '관리형 VC'로 정의했다. 핵심 인력이 뚜렷한 전문성을 갖춰 투자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 대표는 한국·뉴욕 변호사로 경찰수사 심사관을 지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다른 핵심인력인 김효섭 부사장은 미국 공인회계사로 기관투자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 대표는 블랙펄벤처스만의 색깔을 보여준 사례로 에그테크 스타트업 그린랩스 투자를 꼽았다. 위기에 빠진 그린랩스를 직접 지원해 실적 회복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감한 추가 투자를 통해 출자자(LP)들의 수익을 방어할 기반도 마련했다. 현 대표는 향후 관리형 VC로서 역할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위기에 약한 VC, 투자 방식 변화 필요"

현 대표는 고금리 등으로 위험자본 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PE보다 VC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VC 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된 건 VC의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점과 연관이 크다고 봤다.

PE는 한 건의 투자를 위해 장기간 관련 분야를 리서치하고 실사 과정까지 충실히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덕분에 PE는 투자와 관련된 제도, 리스크 등과 관련해 충분한 사전 지식을 보유하게 된다.


반면 VC는 PE보다 다수의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특성상 이러한 과정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최근처럼 투자 기업에 위기가 자주 찾아오는 상황에서 VC가 나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PE보다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 대표는 "예전처럼 VC들이 '하나만 걸려라'는 식으로 다수의 투자를 진행한 뒤 방임하는 방식은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VC 특유의 리스크 테이킹 투자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랙펄벤처스는 이러한 V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포트폴리오 기업 실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현 대표가 법률 전문성을 살려 아직 성장단계인 투자 기업의 법무팀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현 대표에게 VC들이 포트폴리오와 관련된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일도 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기업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현 대표처럼 VC 투자, 법률, 형사 실무까지 고루 아는 인력이 시장에서 드물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살린 그린랩스 추가 투자

블랙펄벤처스는 최근 그린랩스 투자를 통해 관리형 VC로서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그린랩스는 한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이며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블랙펄벤처스가 그린랩스에 최초 투자한 건 2022년이다. 그린랩스가 농업 분야의 선도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어렵게 투자 기회를 확보했다. 50억원을 투입해 약 2000주를 확보했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유치로 현금을 확보한 그린랩스가 농산물 유통에 뛰어들면서 발생했다. 그린랩스가 농민으로부터 농산물을 직접 구입해서 도매업자 등에게 판매하는 구조의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수채권을 채워주던 금융사 대출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막히게 됐다.

유동성이 꼬인 그린랩스는 기업가치가 급락하며 파산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투자 비중이 컸던 재무적투자자(FI)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가 전환사채(CB) 형태로 500억원을 긴급 수혈하면서 회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현 대표는 당시 미수채권 추심 등을 위한 그린랩스의 형사 절차를 지원하는 한편 투자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았다. 기업가치가 급락했다는 점에 착안해 낮은 가격으로 최대한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 희석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 섰다.

현 대표는 "펀드 예비비까지 모두 긁어 모아 5억원이라는 자금을 마련했다"며 "FI의 CB 발행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 구주 매입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시절 경험을 살려 SNS 등을 활용해 백방으로 구주 보유자들의 연락처를 물색했다. 이를 통해 약 9000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주당 평균 투자단가는 초기 247만원에서 6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

현 대표는 "추가 투자를 설득하기 위해 저와 김 부사장도 수 천만원을 펀드에 투입했다"며 "확보된 지분율을 토대로 그린랩스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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