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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KB손보, 내부 출신 선임 기조 이어질 수 있을까③전임 2명 공통점은 '윤종규 전 회장'…9년 만에 내부 인사 선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8-14 10:48:37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16: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난도가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업의 흐름을 바꾼 IFRS17만 해도 보험사 임직원조차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산의 운용, 상품의 구성 등 들여다볼 게 광범위해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 가까이 KB금융 출신이 대표로 선임된 건 일종의 '시험'에 가까웠다. KB손해보험은 인수 당시에 이미 업계 4위의 대형 보험사였다.

내부 출신으로는 9년 만에 대표로 선임된 구본욱 사장 역시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로 보인다. 증권을 제치고 비은행 1위로 떠오른 만큼 자리의 무게가 상당하다.

◇KB 출신 2명의 공통 키워드는 '윤종규 전 회장'

LIG손해보험이 KB손해보험으로 간판을 바꿔단 건 2015년으로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그간 대표이사를 지난 인물은 모두 4명이다.

내부 출신 김병헌 전 사장은 초대 대표로 선임됐지만 오래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다. 반 년 만에 양종희 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인수 초반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양종희 회장과 김기환 전 사장 등 KB금융 출신 2명을 거쳐 올해 초 다시 내부 출신인 구본욱 사장이 취임했다.

양종희 회장과 김기환 전 사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다. 양종희 회장은 처음 KB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했을 당시 56세로, 4명 가운데 나이가 가장 적었다. 특히 부장에 오른 지 단 5년 만으로 상당히 일찍 능력을 인정받고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 전 회장이 양 회장에게 파격적 수준에 가까운 신뢰를 보인 셈이다.

김기환 전 사장 역시 윤 전 회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지주 CFO로 재직했는데 윤 전 회장의 인사 원칙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회장은 CFO 자리에 재무를 원래 잘아는 인물을 보내기보다는 앞으로 그룹에서 큰 역할을 할 인물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를 경영하려면 재무를 잘 알아야 한다는 방침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 본인이 재무에 능통한 만큼 CFO가 당장 재무를 잘알지 못하더라도 보완이 가능하다는 판단 역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사장이 지주 CFO로 선임됐을 때부터 차기 계열사 대표로 어느 정도 눈도장을 받았다는 의미다.


◇보험업 '간접 경험'…예견된 이동

은행 경험은 어떨까. 양종희 회장은 은행을 떠나있던 기간과 은행에 재직하던 기간에 큰 차이가 없다. 1989년 입행했고 지주가 출범한 2008년 지주로 이동했다. 19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했고 이후 은행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은행 밖에서 근무한 기간은 16년 정도인데 이 가운데 5년 가까이를 KB손해보험에서 근무했다.

김기환 전 사장은 양 회장보다는 은행 경험이 더 길다. 그는 2017년까지 지주에서 리스크관리총괄을 지내면서 은행에서도 같은 직책을 겸직했다. 은행을 떠난 건 2021년 말이다. 당시 은행장 겸직을 끝낸 윤 전 회장이 완전히 지주로 떠나면서 함께 이동했다.

보험사에 몸담은 경험은 없지만 둘 모두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김 전 사장은 지주에서 CFO를 지내면서 KB손해보험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냈다.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전반적 이해도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경력을 상세히 살펴보면 양종희 회장이 전략 쪽에, 김기환 전 사장이 재무 쪽에 더 치우쳐 있다는 점 역시 알 수 있다. 양 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내기 재무기획부, IR부, HR부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재무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 경력과 비교하면 그리 길지 않다.

◇내부 선임 기조, 이어질까

현 대표인 구본욱 사장은 9년 만의 내부 출신이다. 그는 1994년 1월 럭키화재 경리부로 입사해 재무 및 전략 관련 부서에서 20여년 동안 근무했다. 내부 출신 선임이 의미하는 건 한 가지다. 기존 조직과 KB금융의 화학적 결합이 완성됐다는 사실이다

양종희 회장이 KB손해보험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6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 CFO(경영관리부문장), 2021년 CRO(리스크관리본부장)를 역임했다.


보험업을 잘 알고 내부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편한 위치는 아니다. 양종희 회장이 누구보다 보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실적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KB손해보험은 2021년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2022년부터는 KB증권을 제치고 K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다. '수성'만 하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차기 리더 후보가 많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지주나 은행 출신이 다시 대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 역시 여전히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회장'을 배출한 계열사라는 점에서 그룹 내 위상과 중요도가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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